사우디, 원전 2곳 건설 연내 발주… 우라늄 농축-재처리 허용 조건 걸어
국제사회, 핵무기 개발 의심의 시선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원자력 기술을 사우디아라비아에 판매할 수 있도록 비밀리에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미국이 사우디의 핵무장을 도우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원자력 기술을 사우디와 공유하는 방안을 조용히 추진하고 있다”며 “릭 페리 미 에너지부 장관이 최근 원자력 기술 판매와 관련된 신청 6건을 인가했다. 본계약 체결 전에 예비사업을 먼저 진행할 수 있도록 사전 허가하는 게 주요 내용”이라고 27일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전력 생산을 목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속내는 핵무기 개발이라는 게 안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는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시아파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해 CBS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지만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우리도 빨리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기술 판매를 허가받은 미 기업들은 미 정부에 관련 내용을 함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브래드 셔먼 미 하원의원은 27일 청문회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다음 달 중순까지 원자력 기술 수출 인가 기업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업명 공개를 검토해 보겠다”며 “사우디와 공유하는 어떤 원자력 기술도 핵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 정부가 보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이날 사우디 국부펀드 중 하나인 공공투자펀드(PIF)로부터 중동 최대 석유화학기업 사빅(SABIC)의 지분 70%를 매입했다. 인수금액은 약 691억 달러(약 78조5000억 원)로 알려졌다. 이로써 무함마드 왕세자는 PIF를 통해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추진할 자금을 더 확보하게 됐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