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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서 3·1운동 8차례… 교사-학생-농민들 모여 “대한독립만세”

입력 | 2019-04-01 03:00:00

[3·1운동 100주년 현장/창간 99주년]
영천시, 신녕초교에 표석 설치 행사 최기문 시장 등 시민 100명 참석
애국지사 손부-학생들 만세 재현



지난달 15일 경북 영천시 신녕초교에서 열린 영천지역 3·1운동 발원지 표석 제막식에서 최기문 영천시장과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축하하고 있다. 영천시 제공


경북 영천시는 지난달 15일 신녕초교에서 영천지역 3·1운동 발원지 표석을 설치하고 제막 행사를 열었다.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영천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독립 유공자에 대한 사회적 예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했다. 행사에는 최기문 영천시장과 박진규 영천항일독립운동선양사업회장, 도의원, 시의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김준운 애국지사(1855∼1925)의 손부 정화선 씨와 신녕초교 학생들이 독립만세운동을 재현해 눈길을 끌었다. 영천시 관계자는 “어린 학생들이 3·1 운동의 뜻을 되새기는 교육의 현장으로 진행해 의미를 더했다”고 말했다.

당시 농부였던 김 애국지사는 1919년 4월 6일 오후 1시경 당시 영천군 신녕면 완전동 부근 냇가에서 신녕공립보통학교 학생 수십 명에게 4월 8일 신녕 장날에 독립만세운동을 거사하니 참가하도록 규합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9시경 다시 왕산동교회를 찾아 신도들에게 독립만세운동에 참가하도록 요청하는 등의 활동을 벌이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1919년 5월 2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소위 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모든 계층이 참여한 영천의 3·1운동

영천시에 따르면 영천지역의 3·1운동은 1919년 3월 15일부터 4월 27일까지 8차례 전개됐다. 교사와 종교인 등 지식층이 준비하고 계획했지만 농민과 수공업자, 부녀자 등 다양한 계층으로 퍼진 것이 특징이다.

영천 3·1운동의 시작은 완산동 출신인 당시 18세의 구희준이 3월 15일 오전 10시경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신녕공립보통학교 1학년 교실 부근 게시판에 ‘대한독립’이라고 쓰고 독립의식을 불어넣은 것이다. 영천시가 설치한 지름 50cm, 높이 125cm인 발원지 표석에 이 내용이 담겼다.

다음 날 오후 11시경 신녕공립보통학교 교사 박필환씨(34)는 졸업생 및 학생 20∼30명을 운동장에 불러 모아 “전국에서 일어난 독립운동을 본받아야 한다”며 만세시위운동을 벌였다.

수공업자 조병진 씨(28)와 조재복 씨(23)는 4월 12일 오후 3시 반경 영천공립보통학교(현 영천향교) 앞에서 장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만세운동 참여를 유도하다가 순찰하던 일본 경찰에 붙잡혀 옥고를 치렀다.

또 이날 만세운동에 자극을 받은 김정희 씨(24)는 다음 날인 13일 오전 3시경 괴전동 자신의 집에서 칼로 손가락을 베어 흐르는 피로 명주천에 쓴 ‘대한국독립만세’ 깃발을 만들고 오전 11시경 창구동으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1인 만세시위를 벌였다. 그는 일본 경찰에 붙잡혀 대구로 압송되면서도 대한독립만세를 계속 외쳤다고 한다.

4월 27일에는 임고면 양평동 마을 서당 학생 수십 명이 먹으로 태극기를 그려 넣고 ‘대한독립만세’라고 쓴 깃발을 창구동 시장 부근에 매달려는 순간 일본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체포되는 상황에서도 대한독립만세를 여러 차례 외쳤다.


충절과 호국의 고장 영천

영천의 3·1운동은 충절과 호국의 역사와 맥이 닿아 있다. 고려 말 문신인 포은 정몽주(1337∼1392)를 기리는 임고면 임고서원에는 그의 충효사상을 본받으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포은의 삶을 보여주는 유물전시관과 선죽교 모형 다리, ‘이 몸이 죽고 죽어…’로 시작하는 단심가를 새긴 비석 등 포은 관련 시설물이 많다. 이곳에서 3km가량 떨어진 우항마을에는 복원한 포은의 생가가 있다. 그가 자란 이 마을에는 ‘효자리(孝子里)’라고 새긴 비석이 있다.

영천 출신인 최무선 장군(1325∼1395)을 기리기 위해 2012년 문을 연 최무선과학관은 학생들의 체험 학습 공간으로 인기다. 최 장군의 삶을 살펴보는 자료와 화약 발전사 등으로 꾸며졌다. 화약불꽃놀이와 화포 체험도 할 수 있다. 4월 21일인 과학의 날에 맞춰 꿈나무 잔치도 열린다.

창구동 마현산에는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영천전투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투메모리얼파크가 있다. 전망타워 전시관과 입체영상실, 1만1475m² 규모의 전투체험시설, 훈련장을 갖췄다. 영천전투는 낙동강방어선을 지키고 반격의 전기를 마련한 기념비적인 전투로 손꼽힌다. 육군3사관학교 인근에 2001년 국립영천호국원을 지은 이유도 영천전투를 기리기 위해서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