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왼쪽)와 비예레가르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골프 황제’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상대에게 무너졌다.
타이거 우즈(44·미국)가 무명의 상대에게 일격을 맞았다. 우즈는 3월 3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 매치플레이(총상금 1025만 달러·약 116억 원) 8강에서 루카스 비예레가르트(28·덴마크)를 상대로 1다운 패배를 당했다. 이 대회에서 11년만의 우승과 통산 4승을 모두 노렸지만, 예상치 못한 경쟁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조기 탈락했다.
우즈는 이날 16강과 8강을 동시에 치렀다. 16강 상대는 ‘차세대 황제’로 불리는 로리 매킬로이(30·북아일랜드). 둘의 인연은 정확히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당시 30대 초반 나이로 이미 황제라는 칭호를 얻었던 우즈가 자신의 후계자로 꼽은 이가 바로 매킬로이였다.
그러나 기대를 모은 이날 승부는 우즈의 싱거운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매킬로이가 11번 홀까지 한 홀도 이기지 못한 반면, 우즈는 5~6번 홀과 10번 홀까지 총 3홀을 따내면서 승기를 잡았다. 이어 매킬로이가 12~13번 홀 연속 승리로 추격을 시도했지만 우즈의 2업 상태로 치러진 17번 홀 대결에서 둘은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우즈가 2&1(1개 홀 남기고 2홀 차이) 승리를 가져갔다.
강력한 우승후보를 꺾은 우즈는 짧은 곧이어 8강전 무대로 올랐다. 적수는 2011년 프로 입문 후 아직 PGA 투어 우승이 없는 무명의 비예레가르트. 우즈와는 기량과 경력에서 비교조차 쉽지 않은 한 수 아래 상대였다.
그러나 이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전 세계랭킹 1위 저스틴 토마스(26·미국)를 꺾으며 파란을 일으킨 비예레가르트는 8강에서도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뽐내며 우즈의 진땀을 빼게 했다. 엎치락뒤치락 싸움으로 전개된 승부는 동점 상태로 치른 마지막 18번 홀에 가서야 갈렸다. 비예레가르트가 먼저 파로 경기를 마친 뒤 우즈 역시 약 1m 거리 파 퍼트를 시도했지만, 이 공이 컵을 빗겨나가면서 비예레가르트의 승리가 확정됐다.
무명의 경쟁자에게 일격을 맞은 우즈는 “후유증이 며칠 동안 이어질지도 모르겠다”면서도 “비예레가르트는 오늘 멋진 플레이를 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쉽지 않은 환경이었는데도 공을 원하는 곳으로 잘 보냈다”며 경쟁자의 실력을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