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바젤에서 배우는 ‘지열발전’ 교훈
스위스의 지열발전소 건설기업 ‘지오파워바젤’이 바젤지역에 건설한 지열발전소의 전경. 2006년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한 뒤 운영을 중단했고, 이후 사후 관측과 연구를 진행했다. 포항 지열발전소도 바젤의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지오파워바젤 제공
2006년 스위스 바젤에서 규모 3.4의 강진이 발생하자 지열발전소가 유발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바젤주 정부는 즉각 EGS 프로젝트를 중지했다. 스위스는 자국과 독일 프랑스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 그룹 ‘세리아넥스(SERIANEX)’에 바젤 EGS와 지진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를 맡겼다. 3년간의 조사 끝에 세리아넥스는 유발지진의 원인 분석 등을 담은 보고서 7부를 발간했는데, 이 중 AP7000 보고서는 향후 방향을 제시하는 자료다.
보고서는 지진을 상시 관측하는 시스템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에도 계속 지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하고 대책을 마련하려면 지진 관측이 필수라는 것이다. 바젤 주정부는 2012년 5월부터 스위스연방 정부 산하 스위스지진서비스(SED)에 바젤 지역의 지진 모니터링을 맡겼다.
보고서는 유지와 개선, 폐쇄 등 세 가지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스위스는 유지와 개선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폐쇄를 택했다. EGS 프로젝트를 이어가면 향후 30년 동안 최대 170번, 최대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에 따른 비용은 최대 3억 스위스프랑(약 3426억 원)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EGS 개선 방안을 채택해 지열발전을 유지한 사례도 있다. 시추공을 더 뚫어 지하 물길을 여러 방향으로 만들어 압력을 줄이는 방식이 보고서에서 제시됐는데 프랑스 슐츠 EGS는 이 방식을 택했다. 2007년 건설된 슐츠 EGS는 가동 초기에 미소지진이 자주 발생하자 2015년 시추공을 추가 설치해 지하에 주입한 물을 하나가 아닌 두 개의 시추공에서 회수했다. 이후 미소지진 발생이 감소했으며 발전소는 계속 가동 중이다.
포항에선 규모 3.1의 지진이 났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물 주입을 재시도하다 큰 지진이 발생했다. 포항지진처럼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경우 이미 경쟁력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는 “큰 지진이 발생하면 지하에 공극이 커 EGS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라며 지진 계측을 통해 경제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EGS는 지하 심부의 지열을 통해 물을 덥힌 후 다시 물을 빼내는 방식이다. 지각 내부에 고인 물이 빨리 데워질수록 경제성이 있다. 지하에 물이 그물망처럼 퍼져 물이 지각에 닿는 표면적이 넓은 것이 유리하다. 반면 큰 지진은 물의 압력이 지하에 큰 내부 공간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열을 많이 얻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사람이 느낄 수 없는 수준의 미소지진이 물 주입부 주변에 국한돼 일어나야만 지열발전소 가동의 경제성이 있다는 게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의 결론이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