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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올라탄 리프트, 3조원 적자에도 현대차 시총 육박

입력 | 2019-04-01 03:00:00

차량호출기업 첫 기업공개 성공




리프트 공동창업자인 존 지머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와 로건 그린 최고경영자(CEO·왼쪽에서 네 번째)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나스닥 상장 기념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2012년생, 누적 적자 30억 달러(약 3조4000억 원), 전년도 매출 성장률 100%.’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투자자들은 3조 원이 넘는 누적 적자보다 눈부신 성장률과 더욱 눈부실 미래에 투자했다. 이날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 2위 차량호출 기업 리프트(Lyft) 얘기다. 차량호출 기업이 기업공개(IPO)에 나선 것은 전 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리프트 주가는 이날 공모가(주당 72달러)보다 8.7% 오른 78.29달러에 마감됐다. 장중 한때 23%까지 급등하며 기대를 모았다. 시가총액이 약 222억 달러(약 25조2400억 원)로 현대자동차(25조5300억 원) 턱밑까지 추격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기준 리프트의 시가총액은 222억 달러로 상장 첫날 종가 기준으로 역대 정보기술(IT) 기업 중 9위에 해당했다.

2007년 창업한 리프트는 미국 차량호출 시장의 39%를 차지하며 1위 회사인 우버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리프트 유효 이용자는 2018년 말 현재 1860만 명으로 2016년 말에 비해 세 배로 증가했다.

자동차 제조 기술도 없고, 만들어본 적도, 팔아본 적도 없으면서 지난해 손실만 9억1100만 달러(약 1조400억 원)에 달하는 리프트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기존 자동차업계는 패러다임 변화를 실감한다는 반응이다.

CNN은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자동차업계에 훨씬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30년에는 리프트, 우버 같은 차량공유 업체가 미국 내 차량 주행 거리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업체 시총은 이 같은 시장의 믿음을 반영하고 있다. 제대로 된 이익 모델을 제시하지 못한 리프트는 피아트크라이슬러(230억 달러·약 26조1500억 원), 현대차 시총에 육박한다. 이달 상장 예정인 세계 최대 차량호출 기업 우버는 세계 자동차 시총 2위 폭스바겐을 넘어 1위 도요타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 시총이 1200억 달러(약 136조4400억 원)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미 3대 전통 자동차기업 시총을 합친 수준이다.

전통 자동차업계는 이미 한 차례 ‘테슬라 효과’에 뒤통수를 맞았다. 2017년 연간 10만 대도 못 팔던 테슬라가 약 250만 대를 파는 포드 시총을 넘어선 것이다. 미국 1위 GM도 테슬라에 추월당했다가 지난해 말 대대적인 구조조정 발표 이후 다시 미국 자동차 1위 시총을 지켰다. 하지만 곧 우버에 추월당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리프트의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시장의 대대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는 앞으로 글로벌 차량·승차공유 업체를 가장 큰 고객사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현대·기아차가 싱가포르 그랩과 인도 올라 등 차량·승차공유 업체에 총 60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것도 플랫폼 구축과 함께 현지 시장에서의 차량 납품까지 고려한 것이다. GM도 리프트에 5억 달러를 투자했고 이번 상장으로 13억 달러어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시장은 이미 차량·승차공유 플랫폼의 힘을 인정하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리프트의 상장을 계기로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도에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량·승차공유 시장은 글로벌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IPO가 국내 규제를 완화하는 촉진제로 작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선웅 쏘카 새로운규칙그룹 디렉터는 “전 세계가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의 등장으로 격변기를 맞이했는데 한국만 규제와 이해관계자의 반발로 뒷걸음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지민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