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압구정로데오 부활 날갯짓
지난달 27일 낮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거리의 한 일식당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한때 호화 수입 의류 매장이 밀집한 패션 1번지였던 압구정로데오는 신사동 가로수길 등에 밀려 오랜 침체를 겪어 왔다. 최근 들어 임대료를 낮춰 개성있는 맛집과 중저가 온라인 쇼핑몰을 받아들이면서 상권 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압구정로데오는 본래 1990년대 일본에 먼저 소개된 고급 브랜드 신상품이 실시간으로 들어오던 쇼핑가로 ‘멋을 좀 안다’는 패셔니스타들의 성지로 통했다. 또 80년대 말 국내 맥도날드 1호점이 들어설 정도로 유행의 선두에 섰던 동네다. 사람들을 일컫는 오렌지족과 야타족이 성행하던 곳으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지금은 유명 의상실 대신 중저가 스트릿패션을 취급하는 ‘무신사’ 같은 온라인 쇼핑몰의 사무실이 늘어나면서 패션 성지의 명맥도 잇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임대료는 저렴한 반면 패션의 중심지란 이미지는 남아있기 때문에 후광 효과를 노린 크고 작은 온라인 쇼핑몰들이 들어오고 있다.
압구정로데오거리는 높은 임대료 때문에 10여 년 전부터 신사동 가로수길 등 신흥 상권들에 ‘뜨는 동네’ 자리를 내주어야만 했다. 8년간 지속된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공사와 패션몰의 온라인화도 상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장기 불황에 위기감을 느낀 일부 건물주들은 상권 쇠락의 요인을 높은 임대료로 보고 임대료를 낮추는 노력을 했다. 건물주와 상인, 지역관계자들이 모여 2017년부터 압구정 로데오 상권 활성화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건물주와 상인들의 이 같은 상생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그동안은 상가 소유자들의 건물 매매가나 임대료를 낮추는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됐지만 지금처럼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어느 때보다 좋지 않은 시기엔 임차 수요를 꾸준히 유치하려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침체하는 다른 상권(가로수길, 경리단길, 삼청동 등)들도 압구정로데오 상권의 자발적 변화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