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세번째 합의안도 부결… 갈 길 잃은 브렉시트

입력 | 2019-04-01 03:00:00

12일 노딜 브렉시트 결정하거나, 내달 유럽의회 선거 이후로 연기
하원, 1일 대안 투표 다시 진행




영국 의회가 테리사 메이 총리의 세 번째 브렉시트(영국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도 부결시켰다. 영국 의회가 ‘선택 장애’에 빠진 가운데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지난달 29일 브렉시트 합의안 중 탈퇴협정에 대한 투표를 실시했지만 찬성 286표, 반대 344표로 부결됐다. 3차 투표가 이뤄진 이날은 애초 영국의 브렉시트가 예정된 날이었다. 앞서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시한 연장을 요청했고 EU는 탈퇴협정 가결을 전제로 다음 달 22일까지 연장해주기로 했다.

3차 투표까지 부결되면서 영국은 12일 ‘노딜’로 EU를 떠나거나 다음 달 유럽의회 선거에 참가한 뒤 브렉시트를 장기간 연장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메이 총리는 이번 결과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의회가 12일 전에 극적 합의를 할 가능성도 남아 있긴 하다. 의회는 1일 8가지 브렉시트 대안을 놓고 하원의 과반 지지를 받는 방안을 찾을 때까지 투표하는 ‘의향투표(indicative vote)’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첫 의향투표에서는 8가지 옵션 중 한 개도 채택하지 못했지만,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며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 등이 비교적 높은 지지를 얻었다. 다만 이 옵션 중 하나가 의회에서 선택되더라도 메이 정부가 거부할 가능성이 있어 헤쳐 나갈 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브랜던 루이스 정무장관 겸 보수당 의장은 지난달 30일 BBC 인터뷰에서 “정부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브렉시트 협정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이날 메이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에 나서면 EU 잔류를 지지하는 최소 6명의 장관이 사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 투표를 재차 희망하고 있다. 메이 총리 혹은 보수당이 전격적으로 조기총선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 대표는 줄곧 조기총선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EU로부터 독립적인 영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며 “사람들은 영국이 EU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걱정하는데, 그들은 바로 미국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며 영국의 브렉시트를 종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영국과 새 무역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 왔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