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애진 산업2부 기자
최 후보자가 지명됐을 때 국토부 내부에선 2013년 권도엽 장관 이후 6년 만의 첫 내부 출신 수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와 일한 적 있는 국토부 직원들은 하나같이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인품도 좋다”고 칭찬했다. 국토부와 산하 공공기관 노동조합은 이례적으로 지난달 14일 최 후보자의 임명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내기도 했다. 여권에서도 줄곧 공직에만 있었던 최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평가했었다.
하지만 ‘투기와의 전쟁’을 이끄는 총사령관에게 ‘투기’의 딱지가 붙으며 분위기는 싸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집 많이 가진 사람은 불편해질 것”이라며 다주택자들을 압박했던 정부가 주무 부처 장관 후보로 다주택자를 고른 것이 최고의 패착이었다. 그것도 서울 강남,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세종에 ‘똘똘한 3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에선 “고르고 고른 게 투자의 달인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는 인사 검증하던 즈음에 그가 사실상 3주택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최종 낙점했다.
사실 중앙부처 공무원들 가운데 서울에 한 채, 세종시에 또 한 채를 갖고 있는 다주택자가 드물지 않다. 해외 근무를 나가기 전에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을 대비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거나 분양권을 매입하는 것도 흔히 활용하는 재테크 방법이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국민들은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것을 이번에 똑똑히 보여줬다.
다음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누가 됐든 주택 문제만큼은 흠결이 없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퇴짜를 맞았으니 새로운 잣대를 통과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올해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 수석급 이상과 국무위원 등 고위 공직자 29명 중 8명(28%)이 다주택 보유자다. 최 후보자는 사퇴했지만 정부는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주애진 산업2부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