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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너무 집착하면 도움이 안 돼”

입력 | 2019-04-01 03:00:00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작성한 ‘러시아 스캔들’ 수사 보고서의 내용을 줄여서 의회에 제출한 4장짜리 요약본. AP=워싱턴 뉴시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산 넘어 산이네요. 그동안 로버트 뮬러 미국 특별검사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가 관심의 초점이었는데 이제 결과가 나오니까 진위에 대한 논란이 한창입니다. 원래 결과 보고서 원본은 300∼400장인데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이틀 만에 4장으로 확 줄였습니다. 그 요약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유리한 것이어서 문제인 거죠. ‘정직하게 줄였을까.’ vs ‘설마 원본의 결론을 바꿔치기 했을까.’ 두 진영이 열심히 싸우고 있습니다.

▽“No reason to trust Barr, that boot-licking hack.”

이번 보고서로 일격을 당한 사람 중 한 명은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입니다. 그는 바 장관이 보고서를 왜곡했다고 주장합니다. 바 장관은 자신을 임명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 보일 필요가 있다는 거죠. 아첨하는 것을 ‘boot-licking’이라고 합니다. 부츠를 핥을 정도이니 얼마나 아첨꾼이겠습니까. ‘Hack’은 ‘얼치기 전문가’를 말합니다. “바 장관을 신뢰할 이유가 없어. 그 무식한 아첨꾼을 말이야.”

▽“Dog-with-a bone mentality won’t help Democrats in 2020.”

트럼프 대통령의 ‘베프(절친)’로 통하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의 말입니다. ‘Dog-with-a bone’은 ‘집착하는’의 뜻입니다. 뼈다귀를 핥고 있는 개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으르렁거리지요. 민주당이 보고서 진위에 너무 매달리면 차기 대통령 선거(2020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정쟁에 매달린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까요.

▽“In War: Resolution, In Defeat: Defiance, In Victory: Magnanimity, In Peace: Good Will.”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저서 ‘제2차 세계대전’에 나오는 말입니다. “전쟁 중에는 승리하겠다는 각오, 패했을 때는 다시 일어서겠다는 도전심, 승리했을 때는 패자에 대한 아량, 평화로울 때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선의.” 인간에게는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이 명언이 요즘 미국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 부분 때문입니다. 자만심에 빠져 기고만장한 승자는 정말 얄밉습니다. 자신을 곤경에 처하게 한 정적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말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