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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교사, 야한 옷 탓 해고?…‘선생도 사람’ 동료들 노출시위 ‘동참’

입력 | 2019-04-01 17:53:00

사진= 타티아나 쿠브신니코바 VK


러시아에서 여성 교사가 신체 일부가 노출된 다소 야한 옷을 입은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해고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현지 여성 교사들은 SNS에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온라인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1일(현지 시간) 러시아 국영 다국어 뉴스채널 RT(Russia Today)에 따르면 최근 SNS에는 수영복 등 다소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은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는 여성 교사들의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일은 현지 시베리아 바르나울 소재 한 학교 국어 교사 타티아나 쿠브신니코바(38)가 자주색 광택이 나는 짧은 칵테일드레스를 입고 찍은 사진을 러시아 소셜미디어 브콘탁테(VK) 계정에 올린 후 해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작됐다.

얼음물 수영이 취미인 그는 ‘논란이 된 사진’을 게재하기에 앞서 수영복을 입은 채 친구와 함께 얼음물에 들어가 찍은 사진을 올린 바 있다.

이를 본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측에 “쿠브신니코바의 사진이 남학생의 ‘욕정’을 부추길 수 있다. 교사의 행동으로 부적절하다”고 문제를 제기 했고, 그는 곧바로 해고됐다.

황당한 해고 사유에 현지 여성 교사들은 “교사의 사적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면서 집단 반발했다. 이들은 SNS에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은 사진을 올리면서 ‘선생도 사람이다(учителя тоже люди)’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사진=VK


러시아 서부 이바노보에 사는 여교사 아나스타시야는 비키니를 입은 사진을 게재하며 “실험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사진을 올리겠다. 얼마나 빨리 해고되는지 보자”는 내용의 글을 적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교사 역시 “교사는 한 개인으로서 수영복, 피어싱, 타투 등 취미를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은 “사생활을 왜 일에 끌어들이려 하나” “수영복 사진을 보고 ‘욕정’을 느끼는 남학생이 이상한 것”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등 여교사들의 항의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교사로서 비교육적인 사진을 공유한 것은 잘못” “혼자 보면 되지 왜 굳이 다 보는 SNS에 올리나” 등 목소리도 나온다.
 
논란이 되자 교육 당국은 해당 학교 측에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 하원 문화위원회의 옐레나 드라페코 의원은 학교의 결정을 “뻔뻔하고 가식적”이라며 “이번 일은 직원을 해고할 이유가 못 된다”고 꼬집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