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커지는 공정성-투명성 논란
이들은 주총에서 소액주주를 대신해 주주권을 행사했을 뿐 아니라 전날 열린 수탁자위에서도 목소리를 냈다. 이 위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1주 보유하고 있어 논쟁 끝에 수탁자위 최종 회의에서 제외됐지만, 김 위원은 직접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 이해관계가 없다며 끝까지 회의에 남아 발언권을 행사했다. 회의 결과 4 대 4로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긴급하게 책임분과위원회 소속 위원들까지 소집한 결과 ‘연임 반대’로 결정이 났다.
수탁자위 구성을 보면 수탁자위가 연금 수탁자로서의 책임보다는 이념적인 측면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현재 수탁자위 내 주주권 행사 분과위원회는 정부 추천 2명, 연구기관 추천 1명, 참여연대 등 지역가입자 대표 추천 2명, 근로자 대표 추천 2명, 사용자 대표 추천 2명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기금 운용이나 경제·금융시장 전문가보다는 이념적 성향이 분명하게 나뉘는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수탁자위 한 위원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 근거보다는 자신을 추천한 기관의 입장이나 정치적 신념에 따라 표결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국민연금이 민간에 의결권을 맡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151조 엔(약 1555조 원)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GPIF는 모든 주식 운용과 의결권을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신탁형 투자를 통해 의결권 직접 행사에 따른 정치적 논란과 오해를 피하고 전문가들로 하여금 수익률 제고에 가장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올해 2월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민연금도 자산운용사들에 의결권을 위임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이와 관련한 기준과 절차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신탁형 투자는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없애면서 국민연금과 운용사의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일임투자 때 의결권까지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