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개원 앞두고 시험가동 분주
1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 동산병원 새 병원에서 이창영 하이브리드 수술실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의과대 학생들에게 시험 가동 중인 첨단 수술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계명대 제공
1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 성서캠퍼스에 새로 지은 동산병원 3층 수술센터. 금동윤 수술센터장(흉부외과 교수)이 환자 침대 곁에 서서 이렇게 외치자 머리 위 조명이 환해졌다. 금 센터장은 “이곳 수술센터에서는 의사가 손발을 쓰지 않고 음성으로 수술장비를 제어할 수 있다”며 “환자 안정과 수술 효율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계명대 동산병원이 15일 정식 개원을 앞두고 막바지 시험 가동 중이다. 국내 최고 수준을 자부하는 수술센터는 동산병원의 심장이다. 수도권 밖에서는 최초로 수술실 24개에 로봇시스템과 음성인식시스템을 구축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세계적 수준의 미국 병원 8곳을 롤모델 삼아 환자 최우선 설계를 바탕으로 건립했다. 4만228m² 터에 지하 5층, 지상 20층, 연면적 17만9218m², 병상 1041개를 갖춘 영남 최대 규모다. 건축비만 약 3000억 원이 들었다. 미국친환경건축물(LEED) 인증을 받은 병원 본관은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환자에 대한 사랑과 치유의 소망을 담고 있다고 병원 측은 설명한다.
계명대 동산병원이 환자 최우선 설계로 건립한 새 병원을 계기로 국내 10위권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의과대와 간호대, 약학대가 어우러진 새 병원은 메디컬 콤플렉스를 지향한다.
세계적 수준인 로봇수술은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산병원은 2011년 6월 첨단 로봇장비를 도입한 이후 기술을 향상시켜 수술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암 수술은 물론이고 심장 담낭 췌장 수술에 로봇을 활용해 최근 수술 2000건을 돌파했다.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의사들이 매년 찾아와 수술법을 배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대구에서 열린 로봇산업 육성전략보고회에서 “계명대 동산병원의 단일공(單一孔·single site) 로봇을 이용한 부인암 수술이 대구를 대표하는 의료기술로 자리 잡았다”고 찬사를 보냈다. 단일공 로봇수술은 배꼽 위에 지름 3cm 미만의 구멍 한 개만 뚫어 시술한다. 통증과 후유증이 적고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 동산병원이 2015년 성공한 50대 여성의 자궁경부암 단일공 로봇수술은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에 이어 세계 두 번째였다.
대구 경북에서 처음 설치한 하이브리드 수술실 또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심장과 뇌 등의 혈관에 복합질환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외과수술과 중재시술(부위를 절개하거나 개복하지 않는 방법)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막힌 혈관을 뚫는 스텐트 시술을 하다가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대기 중인 외과수술팀이 즉각 대처한다. 환자 합병증을 최소화해 완쾌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한다. 하이브리드 수술실에 도입한 첨단 장비는 50억 원대로 전해졌다.
동산병원은 의과대를 비롯해 간호대, 의과학연구동, 약학대가 병원과 어우러져 있다. 의료진의 임상 역량을 높여 의료 연구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메디컬 콤플렉스화한 새 병원은 중증 및 고난도 질환을 집중 치료하고 연구하는 상급종합병원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이름 난 계명대 성서캠퍼스는 환자 치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금호강과 연결하는 ‘쾌유의 길’도 닦을 계획이다. 병원 관계자는 “대학 운영과 재학생 면학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산병원은 대구 달서구와 인근 경북지역 주민 약 80만 명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환자와 그 가족은 도시철도 2호선 강창역에서 내리면 병원 지하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33대, 에스컬레이터 20대를 운영한다. 병원 내부는 호텔과 비슷한 분위기다. 1층 로비는 높고 시원한 천장을 강조한 유럽형이다. VIP 병실은 혈액 순환과 피부 관리에 도움이 되는 스파(spa) 욕실을 갖췄다. 5인실도 병상 간격이 넓고 개별 냉장고가 있는 등 환자와 간병하는 가족의 편의시설을 늘렸다. 무엇보다 커다란 창문이 해가 뜨고 지는 동서 방향에 있어 곳곳에서 자연채광을 느낄 수 있다. 중앙광장, 치유정원 등 환자와 방문객을 위한 휴식시설도 품격 있다.
조치흠 기획정보처장은 “질병 정보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애니메이션을 환자와 보호자 휴대전화에 전송하는 ‘하이차트(Hi-Chart) 서비스’, 진료 예약과 결과는 물론 주차료 정산까지 모든 병원 이용 과정을 보여주는 애플리케이션도 도입해 지역 최초의 스마트 병원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에 있는 기존 병원은 ‘대구동산병원’으로 이름을 정하고 병상 209개를 갖춘 2차 종합병원으로 거듭난다. 14일까지 환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개·보수한다. 만성질환과 신장 및 혈액투석, 소화기 진료 등으로 특성화해 3년 뒤에는 병상을 500∼600개로 늘릴 계획이다.
▼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 ▼
김권배 계명대 동산의료원장
“120년 역사를 이끌어온 ‘메디컬 프런티어 정신’의 초심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동산의료원은 1899년 미국인 의료선교사 우드브리지 존슨(1869∼1951)이 대구에 영남권 최초 서양식 진료소인 ‘제중원’을 세우면서 출발했다. 이 같은 전통에 대한 의료진과 직원의 자긍심은 경쟁력을 높이는 힘이다. 1990년 시작한 해외 의료봉사는 선교사들의 생명존중 정신을 계승한다. 동산의료원 측은 새 병원에 선교사들 이름을 딴 공간을 만들어 역사를 기억할 계획이다.
동산의료원은 새 병원을 계기로 2020년까지 국내 10위권에 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꾸준히 성장하는 동산의료원은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청구 기준 16위였다. 10위권이 눈앞이다. 김 원장은 “심장 분야는 미국에서 연수를 다녀갈 정도로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며 “국내 10위권은 곧 글로벌 병원으로 도약한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 집무실 곳곳에는 병원의 각종 지표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자료가 걸려 있다. 그는 “지금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더 높이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틈틈이 보면서 병원 경영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히며 2015년 직원들과 함께 만든 비전 선포 이야기를 꺼냈다.
“세계적 컨설팅 기업 전문가와 수개월간 병원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미래를 구상하면서 병원이 몰라보게 훌쩍 성장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새 병원 개원을 준비하면서 국내 상위권으로 발전한 모습을 하루빨리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어요.”
15일 열리는 개원식은 헌신과 고객 만족, 탁월함, 도전정신이라는 비전의 핵심 가치를 담아 준비하고 있다. 이날 계명대 법인 정순모 이사장과 신일희 총장을 비롯해 대학 및 병원 관계자들이 새 병원 1층 로비에서 첫날 환자를 맞는다.
김 원장은 “개원 행사 때 심신이 온전히 건강한 상태 ‘전인(全人) 치유’를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며 “제중원의 역사와 전통을 잇는 이원화(새 병원과 기존 병원) 체제를 통해 지역을 넘어 국내 의료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