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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인데 당신과 살고 싶다”…국제사기조직 일당 구속

입력 | 2019-04-02 12:36:00

피해자 23명에 피해액 14억…총 100억이상 추정
SNS, 메신저로 로맨스, 금거래 내세워 사기극 ‘스캠네트워크’



© News1 DB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 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로맨스·비즈니스·금 거래’를 내세워 사기를 벌인 국제조직 ‘스캠네트워크’의 한국지부장이 구속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국제사기조직 ‘스캠네트워크’의 한국지부장인 나이지리아인 A씨(40)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피해자들을 속이고, 중간에서 돈을 모으는 역할을 한 B씨(32) 등 조직원 6명도 지난해 4~12월 구속됐다. 여기에는 바람잡이 역할을 한 한국인 C씨(64)도 포함됐다. C씨는 지난 2015년 불상의 조직원으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가, 자신의 피해복구를 위해 ‘바람잡이’ 역할을 하며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C씨를 제외한 5명은 모두 라이베리아 국적이었는데, 이들은 난민신청 비자로 입국하거나 90일까지 체류 가능한 관광비자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자백을 받지 못해서 입국동기를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입출국 패턴을 봤을 때 범행을 목적으로 입국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로맨스스캠 등 사기 혐의로 검거, 구속된 서아프리카계 피의자 11명도 스캠네트워크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피해자 23명에게 약 14억원을 편취했으며, 금액 일부를 가나와 나이지리아로 송금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직간접 증거를 바탕으로 증명된 피해금액이 14억원이고, 실제 피해액수는 100억원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30~50대의 중장년으로, 많게는 4억3000만원까지 피해를 본 사람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스캠네트워크’는 나이지리아와 가나 등 서아프리카에 본부를 두고, 우리나라·중국·홍콩·인도에서 활동하는 국제사기조직이다. A씨를 지부장으로 한 ‘스캠네트워크’ 한국지부는 철저한 점조직으로 운영됐으며 부원들끼리도 정확한 인적사항이나 연락처를 공유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페이스북 등 SNS와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한국인들에게 무작위로 접근한 뒤 ‘시리아에서 포상금을 받은 미군’ ‘거액을 상속받은 미국 외교관’을 사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주로 ‘로맨스 스캠’과 ‘비즈니스 스캠’ 수법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로맨스 스캠’은 “함께 살고 싶다”고 속이고 “한국으로 재산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항공료, 통관비, 보관비 등을 빌려달라”며 피해자들에게 거액을 송금받는 수법이다. 이들 일당은 짧게는 몇주, 길게는 1년에 걸쳐 피해자들과 친밀감을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 스캠’은 “원유시추선 직원인데, 허리케인으로 고장난 드릴과 파이프 수리비를 빌려달라”거나 “비자금을 관리하는 미국 외교관인데 자금세탁방지를 증명하기 위한 돈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이들은 호텔에서 위조카드로 선결제한 뒤 계좌로 거액을 송금받는 ‘호텔 위조카드 사기’나, “외국밀수 사금을 싸게 사달라”며 금은방 사장에게 가짜 금을 건네고 돈을 편취하는 ‘가짜금’, 약품처리를 하면 위조지폐로 변하는 검은 종이를 보여주며 투자를 권유하는 ‘블랙머니’ 등 다양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우리나라에서 일하던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들 명의의 국내 은행계좌로 피해금을 송금받은 후 바로 인출하거나, ‘머니그램’ 등을 사용해 가나 또는 나이지리아 현지로 바로 송금했다.

이들은 수익금을 인출한 뒤 명품을 사거나 생활비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범죄 수익금으로 중고차나 중고차부품을 구입한 뒤 아프리카로 수출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심리적으로 외로운 중장년층이 이런 수법에 잘 속기 쉬우므로 이와 같은 수법으로 접근하는 외국인에게 송금할 때에는 지인들과 함께 확인에 확인을 거듭해야한다”고 당부하며 “추적 수사 중인 일당에 대해서는 인터폴과 협조해 끝까지 발본색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