셩쉐 - NYT 갈무리
중국인 여성 작가인 셩쉐(盛雪)는 천안문 사건에 환멸을 느껴 중국을 떠난 뒤 캐나다에 둥지를 틀었다. 이후 그는 중국의 민주화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반체제 인사가 됐다.
셩쉐라는 단어를 검색엔진에 입력해 보면 세계는 두 개의 세상으로 분리돼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자유 진영의 구글 검색기에 그의 이름을 치면 유명한 중국의 저널리스트이며, 반체제 인사라고 나온다.
중국은 인터넷상에서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반체제 인사의 명성을 깎아 내리는 방법으로 이들의 신뢰를 무너트리고 있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2일 보도했다.
셩쉐는 필명이며, 그의 본명은 짱시홍(臧錫紅)이다. 올해 57세다. 그는 “천안문 사건 이후 캐나다로 망명해 행복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는 “이곳에서도 중국 공산당의 손길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첩보망은 캐나다에 광범위하게 침투해 있다.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민지가 캐나다이기 때문이다. 중국 첩보 당국은 캐나다 이민자들을 감시하는 것은 물론 캐나다 정부에도 ‘세포’를 심어두고 있다.
중국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셩쉐의 명성을 깎아내리려 발버둥치고 있다.
그는 캐나다에서 명망 있는 작가로 성공했다. 그리고 중국 민주화 운동도 열심히 했다. 캐나다 이민 당국은 그의 공로를 기려 2012년 민주화 공로 메달을 수여하기도 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중국 민주화 연합의 회장에 선출됐다.
그 뒤로부터 중국 정보 당국의 집요한 괴롭힘이 시작됐다. 중국 정보당국은 다른 여성의 누드에 그녀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온라인상에 유포해 셩쉐가 바람둥이라는 소문을 퍼트리고 있다.
다른 운동가로부터 사랑의 편지를 받은 것이 온라인 상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또 다른 운동가와 키스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도 온라인상에 유포되고 있다. 물론 모두 중국의 첩보요원들이 만들어낸 가짜다.
첩보원들이 동원하는 고전적인 수법은 셩쉐의 지인들에게 그의 인간성을 비판하게 하는 것이다. 이 지인들은 아이디가 도난당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첩보원들의 혁혁한(?) 공로 때문에 캐나다 교민사회에서 셩쉐의 이미지는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하나는 중국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는 투사이고, 다른 하나는 겉으로만 민주투사일뿐 사실은 바람둥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민 사회에서 셩쉐는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이다.
중국 당국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점이다. 한 인격에 대한 ‘마타도어’를 끊임없이 생산해 내 그의 신뢰에 흠집은 내는 것이다.
유신 시절 한국의 중앙정보부도 대표적인 민주화 인사인 DJ를 끊임없이 빨갱이라 매도하며 그에 대한 신뢰를 깎아 내린 것과 같은 수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