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첸은 데뷔 7년 만에 솔로 앨범을 내며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고 고백했다. “지금보다 더 완벽해야 한다는 욕심”으로 망설였지만, 늘 “최고”라고 격려해주는 엑소 멤버들 덕분에 솔로로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 데뷔 7년 만에 솔로앨범 ‘사월, 그리고 꽃’ 낸 엑소 첸
늘 실력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최고”라는 멤버들 응원에 용기
나만의 감성 담는데 충실했어요
앨범 탄력받고 유튜브도 시작
팬들과 소통, 이제 시작입니다
주위의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노”라고 외쳤다. ‘노래 좀 한다’는 가수들도 인정하는 뛰어난 보컬 실력을 갖췄음에도 “아직 때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첸은 그동안 엑소의 보컬 멤버로 이뤄진 유닛 ‘첸백시’로 활동하고, 감미로운 음색으로 ‘괜찮아 사랑이야’, ‘태양의 후예’, ‘백일의 낭군님’ 등 각종 드라마 OST를 부르며 이름을 알려왔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이름을 오롯이 담은 앨범에는 주저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엑소가 아닌 첸이라는 이름으로 새 앨범을 선보이기에 앞서 이날 오후 서울 삼성동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에서 만난 그는 “신인처럼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라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케이팝을 대표하는 그룹의 일원으로 전 세계를 누비면서도 좀처럼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그를 떨게 했다.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고 한 건 스스로 아직 부족한 모습과 단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력이 뛰어난 가수들이 얼마나 많은지 다들 알고 있지 않나. 처음 솔로로 나왔을 때는 조금 더, 지금보다 더 완벽해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 욕심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고 싶지 않다는 고집을 부렸던 것 같다.”
망설이던 그에게 용기를 준 건 엑소의 동료들이다. 드라마 OST를 부를 때도 그랬고, 멤버들에게 음악을 먼저 들려주면 “최고”라고 말했다. 이날 새 앨범 음악감상회 진행을 시우민이 맡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첸이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선보인 앨범은 역시 그의 보컬이 돋보이는 곡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파워풀한 댄스곡 중심인 엑소의 메인보컬 모습은 잠시 잊어도 좋을 듯하다.
“봄에 어울리는 곡 위주로만 준비했다. 저만의 감성을 최대한 담으려 노력했다. 그동안 제 음색을 좋아했던 분들도 제가 조금 달라진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룹 엑소의 메인보컬 첸.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타이틀곡 ‘사월이 지나면 우리 헤어져요’는 피아노 연주와 첸의 깨끗한 음색이 돋보이는 발라드곡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에 시들해지는 사이 이별을 준비하는 남자가 아름다웠던 첫 만남을 떠올리는 내용을 담았다.
첸은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해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선정하기까지 숱하게 고민하며 결정을 번복했지만 “돌고 돌아 결국 이 노래였다”고 했다.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끝끝내 제 모습 그대로를 표현할 수 있는 곡이란 느낌이 들었다. 은은하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음악으로 그런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제 목표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할까.”
첸은 수록곡 가운데 ‘꽃’의 가사를 썼다. 엑소의 히트곡 가운데 ‘코코밥’, ‘러브샷’ 등 가사에 참여하며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은 그였다. “아름다운 꽃을 보며 위로와 희망을 전달하고 싶었다”는 그는 하지만 정작 작사에 대해 “아직 갈길이 멀다”고 말한다.
첸은 이번에 처음 솔로로 나서며 또 하나의 도전도 한다. 바로 유튜브 채널 개설이다. 엑소의 다른 멤버들은 모두 개인 SNS 계정을 갖고 있지만 첸은 지금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영상을 두 개 밖에 올리지 못했다. 스스로 탄력을 받고 시작하게 됐다. 팬들과 소통도 중요하지만 제가 성장해나가는 걸 기록하고 싶었다. 더 많은 노래,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나가는 걸 보여주고 싶다.”
엑소로는 음원이나 앨범 등 남부럽지 않은 성적을 과시해왔다. 이제 첫 발을 뗀 솔로가수 첸의 성적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크다. 그는 “솔직히 기대를 안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결과가 어떻든 후회나 실망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음원이 공개된 다음 날인 2일의 결과는 역시나 기대 이상. 각종 음원사이트 1위가 그의 몫이었다. 아이튠즈 종합 앨범 차트에서도 전 세계 32개 지역 1위를 차지해 글로벌한 파워를 입증했다.
● 첸
▲ 1992년 9월21일생
▲ 2012년 그룹 엑소로 데뷔
▲ 2013년 KBS ‘가요대축제’ 올해의 노래상·아시아 아이돌 시상식 아시아 인기 그룹상
▲ 2014년 제5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 2016년 엑소 유닛 첸백시 첫 번째 앨범 ‘헤이 마마’ 발표
▲ 2017년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
▲ 2018년 첸백시 두 번째 앨범 ‘블루밍 데이즈’ 발표
▲ 2019년 솔로 데뷔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