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 벨로드롬 경기장에서 역주하는 선수들. 실력에 비해 인지도가 저평가된 선수가 편성에서 유리한 초주 위치를 잡는다면 언제든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게 경륜의 매력이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이규백, 뒤만 막아주면 반전 질주
김상근, 자리 지킬땐 몸싸움 불사
깜짝 고배당 터트리며 우량주 증명
경륜은 축 선수의 의중이나 강자들의 제휴로 만들어진 줄 서기가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를 통해 선행에 유리한 자리와 마크하기 수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승리의 일차적 관건이다. 줄 서기에서 소외되면 좋은 선행 실력이나 마크력이 있어도 착순에서 멀어질 수 있다. 실력에 비해 인지도가 저평가 된 선수들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편성에서 유리한 초주 위치를 잡는다면 언제든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 장인석-축 선수 앞에 자리 잡는다면
장인석(11기·A2)은 쇄골 골절 부상 이후 마크 전법을 포기하고 선행 훈련에 매진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우수급과 특선급을 오가며 선행형 강자로 활약했다. 하지만 전법의 한계와 마크 선수들의 견제로 고전하는 경주가 늘어났고, 힘 좋은 신인들이 나오면서 입지가 좁아져 올 초 종합득점이 크게 떨어졌다.
고전을 하던 장인석이 기회를 얻은 것은 2월 23일 광명 토요경주다. 축 선수 앞에 자리를 잡고 선행을 했는데 인기순위 4위로 출전한 장인석은 축으로 나선 김성현의 전면에서 한 바퀴 선행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11초37이라는 특선급 수준의 200m 기록을 찍으며 당당히 자력 입상에 성공했다. 쌍승 배당 7.9배로 장인석의 시속만 본다면 꽤 높은 배당이었다. 승세를 타기 시작한 장인석은 이후 3월 8일 부산경주에서도 축으로 나선 김우현을 본인 후미에 두고 최창훈을 활용하는 짧은 승부로 입상에 성공했다.
● 이규백-뒤를 막아줄 누군가가 있다면
이규백(13기·A3)은 올 초 고전을 거듭하며 인지도와 득점이 크게 낮아졌다. 다양한 전법을 소화할 수 있지만 한 바퀴 선행 타이밍을 잡고 축 선수와 어느 정도의 호흡을 맞췄을 때 가장 좋은 성적이 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타협과 인정을 기대했던 강자들의 젖히기 반격과 터프한 마크 선수들의 견제로 종합득점이 계속 떨어졌다.
반등의 기회를 잡은 것은 3월 17일 광명경주에서 인기순위 최하위로 나설 때였다. 당시 김성근, 정해권, 이기한이 3강을 형성했고, 도전 선수들이 가세하는 상황이었다. 초반 대열 앞선을 차지한 이규백이 선행을 나섰고, 경상권 연대인 김성근이 최대한 지켜주는 경주 운영을 펼치며 동반입상에 성공했다. 이규백은 선행으로 11초66 의 양호한 200m 기록을 내며 기회만 온다면 언제든 입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쌍승배당 45배를 터트리며 저평가 우량주의 기막힌 한 방을 선보였다.
● 김상근-지켜야 하는 자리가 나왔다면
3월 24일 광명 경주에서는 오랜만에 축 선수가 낮은 인지도의 지역연대를 적극적으로 챙기는 라인 경주가 나왔다. 차봉수가 축으로 나선 경주였는데, 경남권 연대 김상근(13기·A3)을 초주 마크로 붙이고, 본인이 직접 경주를 주도하는 깔끔한 전개로 동반입상에 성공했다. 매 경주 인지도에서 밀려 불리한 자리에서 경주를 시작했던 김상근은 강자 초주 마크의 기회가 오자 위협적인 라인 전환을 통해 다른 선수들이 마크 자리를 빼앗을 의욕을 꺾어 버리는 경주 운영을 펼쳤다. 평소 다른 선수들의 자리를 빼앗는 무리한 몸싸움은 피하던 김상근이지만 지켜야 하는 자리가 나왔을 때 매우 공격적인 페달링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