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르랭과 플라세는 한국인 입양아 출신이다. 6·25전쟁이 끝난 1953년 한국이 최빈국 중 하나였을 때 한국에서 해외로의 입양이 시작됐다. 프랑스는 미국을 빼고 유럽 국가 중 한국인 입양아가 가장 많은 나라다. 그래서 한국인 입양아 출신 장관이 둘이나 배출된 것일 수 있다. 미국에서라면 한국계 정치인을 말할 때 주로 교포 2, 3세가 언급될 것이지만 프랑스는 그렇지 않다. 프랑스는 이주민에 대한 체계적인 동화(同化) 정책으로 한편으로는 이주민을 프랑스 사회로 포섭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독자적인 이주민 사회가 형성되는 것을 방해한다. 프랑스에서 한인 교포 사회가 미국처럼 크지 않은 이유다.
▷세드리크 오는 한국인 입양아 출신도 아니고 한인 교포 2, 3세도 아니다. 그는 국방연구원인 한국인 아버지와 교사인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사실 그는 프랑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수많은 혼혈 중 한 명이다. 그가 한국계 장관이라면 아버지가 프랑스로 이주한 헝가리인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헝가리계 대통령이 된다. 오늘날 프랑스는 조부모 때부터의 순혈 프랑스인도 찾기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혼혈 사회다. 물론 부모 중 한쪽이 아시아나 아프리카 출신인 경우는 피부색이나 생김새가 달라 백인끼리의 혼혈과는 달리 취급받을 수 있지만 프랑스 사회는 혼혈화가 많이 진행돼 인종적인 면에서 상당히 개방적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