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위에 공무원, 규제공화국에 내일은 없다] 4차혁명 시대 전문성 강조되지만… 한국선 민간 전문가 영입해도 장기보직 제도적 보장 안돼 한계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들이 오랜 기간 한자리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혁신 선도 국가와 달리 한국은 잦은 보직순환으로 공무원의 전문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사혁신처는 ‘정부 헤드헌팅’(민간 스카우트 제도), 민간 경력채용 제도 등을 통해 외부 전문가를 계속 수혈하고 있지만 신산업을 개척하는 기업들의 기대 수준과는 동떨어져 있다.
정부 헤드헌팅 시스템으로 채용된 한 현직 공무원은 “부임하고 1, 2년이면 자리를 바꿔 버리는 순환보직제가 가장 큰 문제”라며 “특히 과학 경제 기술 등 전문 분야는 한 보직에 6, 7년 이상 전문 공무원을 앉히는 방법도 건의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고 했다.
김태유 전 대통령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행정고시를 합격한 우수한 자원인 고위 공무원들이 순환보직을 거치고 나면 제너럴리스트가 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무원은 전문지식을 잘 아는 전문가가 돼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기술에 필요한 적정 규제를 만들고 규제 개혁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룩셈부르크는 신산업 분야를 맡고 있는 공무원의 전문성이 높기로 유명하다. 임기에 따라 관계 장관만 교체될 뿐 정부 각 부처의 실무 담당자들은 대개 10년 이상 같은 업무를 담당한다. 룩셈부르크 정부로부터 본사 이전 제안을 받은 바 있는 한 스타트업 기업 대표는 “룩셈부르크의 공무원들은 4차 산업혁명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불필요한 규제를 먼저 없애주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역시 동일 분야에서 장기 근속하는 공무원이 많기 때문에 민간 분야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은 경제 통계 과학 등 부처별 정책 전문가, 분석가를 장기간 배치해 전문성과 정책 결정, 전략적 기술을 제고하고 있다.
강영철 전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공직자들이 ‘울타리 밖’ 민간 전문가와 끊임없이 교류해 전문성을 높이도록 권장하되 장기적으로 순환보직제의 폐해를 없애도록 인사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