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월말부터 비무장지대(DMZ) 안에 둘레길을 만들어 일반에 개방하기로 하면서 벌써부터 군의 경계작전 부담과 관광객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남북 9·19군사합의 이행이 지지부진하고, 남북 대화가 전반적으로 답보상태인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지자체 합동브리핑을 열고 비무장지대(DMZ) 내부를 걸을 수 있는 이른바 ‘평화안보 체험길(가칭·평화둘레길)’을 조성해 이달 말부터 개방하는 ‘DMZ 평화둘레길 개방 계획’을 발표했다.
서부전선과 중부전선 코스는 관광객의 DMZ 안 진입이 허용되는 코스이고, 동부전선은 DMZ 남방한계선(철책) 부근까지만 접근 가능한 코스다. 정전 협정 이후 둘레길이 조성되는 이들 DMZ 지역에 관광객의 출입이 허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4월말부터 GOP철책 이남의 동부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시작한다. 당초 DMZ 안으로 진입하는 서부와 중부지역도 이달부터 개방할 예정이었으나 관광객 안전 문제 등을 보완해 시행키로 했다.
서부와 중부지역 코스도 5월 중 방문객 접수를 위한 준비가 마무리 되는대로 개방하고, 6월부터는 상설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군은 경계작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관광객의 견학이 가능하도록할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민간인의 출입은 군의 경계작전에 부담을 줄 수 있고, 방문객의 안전도 완전하게 보장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관광객이 3중 철책이 설치된 DMZ 남방한계선을 통과해 GP까지 이동할 때는 차량으로 이동하고, 철거 GP와 비상주 GP에 도착해서는 차량에서 내려 전망대에서 북측 지역을 조망한다.
지난해 9·19 군사합의 이후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DMZ 내에는 남북 장병이 수색과 매복 등 작전임무를 수행 중이다. 군사적 도발로 인해 언제든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군 당국도 북한의 도발 상황에 방문객의 안전이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일부 인정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군에서는 모든 경계작전 감시장비를 다 면밀하게 보고 있고, (북한군의) 총한구 개방이라든가 이런 상황들은 견학이 이루어지고 있는 동안에 면밀히 감시상태를 유지하고 방어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남북 9·19군사분야합의 이행이 전반적으로 답보 상태인 상황에서 DMZ 둘레길 사업 발표에 앞서 북측과 이와 관련한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도 지적 사항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군사합의 이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군사합의를 통해 4월1일부터 화살머리고지에서 남북 공동유해발굴을 시작하기로 했지만 북한은 우리 측 움직임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DMZ 진입을 위해서는 정전협정에 따라 이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의 승인이 있어야 하지만 아직 승인 가능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유엔사와는)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안전에 대한 문제나 지뢰 문제, 도로포장 등의 협의가 잘 되면 문제없을 거라고 보고 있고, 유엔사 승인절차는 4월 중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은 경계작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방문객의 견학이 가능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일반에 개방하는 GP는 병력이나 화기가 철수한 GP로 작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해당 책임구역 군단 특공연대에서 경호업무를 지원하면서 작전부대의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군의 이 같은 설명에도 군 안팎에선 DMZ 내 군사적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9·19군사합의 이행이 사실상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아직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있는데 정부가 무리하게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남북 대화가 다시 원만히 진행되고, 충분히 사전 협의를 진행한 뒤에 DMZ 평화둘레길 관광을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