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4·3사건 추도사, 이 총리 “저 또한 여러분과 비슷한 처지” 고백 / 이낙연 총리 페이스북 캡처.
이낙연 국무총리가 6·25 전쟁 중 작은 아버지가 총살을 당한 아픈 가정사를 공개석상에서 처음 고백했다.
이 총리는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추념사 도중 “제주도민 여러분께 거듭 위로와 경의를 표합니다. 저 또한 여러분과 비슷한 처지라는 개인적인 고백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더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 총리는 원고에 없던 내용을 현장에서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의 작은아버지가 희생된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총리가 4·3 당시 이념 갈등으로 가혹한 희생을 치러야 했던 제주도민들에게 "여러분과 비슷한 처지"라고 말한 점으로 미뤄 당시 작은아버지도 이념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무고하게 희생됐음을 암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총리의 고향은 전남 영광인데 그곳은 6·25 전쟁 당시 이념갈등이 매우 심했던 곳으로 알려졌다.
제주 4·3사건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좌익 토벌’을 명목으로 정부군이 제주도에서 벌인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4·3사건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제주도 인구의 10%에 달하는 2만5000∼3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총리는 추념사에서 "71년 전 그해 제주의 봄은 이념의 광기와 폭력에 짓밟혔다"며 "세계가 냉전으로 나뉘고 조국이 남북으로 갈라지는 과정에서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참혹하게 희생되셨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정부가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완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뒤 추념사를 마무리하며 "저 또한 여러분과 비슷한 처지라는 개인적인 고백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