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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장애’, 주요 산업 멸종 불러올 것”

입력 | 2019-04-03 17:17:00

CNN “합의 없는 브렉시트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 서둘러 떠나는 중”
지멘스, 소니, 에어버스 CEO들 “필요한 노동력은 영국 밖에도 널렸다” 지적



영국 최대의 자동차 생산공장인 선덜랜드 닛산 공장. ‘노 딜 브렉시트’가 가시화되면서 닛산은 이 공장에서의 신형 모델 생산 계획을 취소했다. 출처 uk.nissannews.com


“이미 인내심의 한계를 넘은 지 오래다. 영국을 떠나겠다.”

지난주 ‘노 딜(no deal)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무합의 탈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한 위르겐 마이어 지멘스 UK 최고경영자(CEO)가 한 말이다. 지멘스는 독일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의 전기전자 기업. 마이어 CEO는 “영국에서 노동자 1만5000여 명을 고용해 50억 파운드(약 7조4700억 원)의 연 매출을 내는 현재 상황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CNN방송은 2일(현지 시간)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의회가 세 번째로 부결시켜 아무 합의도 못한 채 EU를 떠나는 최악의 사태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자 영국에 지사와 공장을 둔 글로벌 기업들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짐을 꾸리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장애‘에 가장 큰 불만을 표한 10개 기업”으로 CNN은 지멘스, 자동차회사 BMW, 기계제작업체 셰플러(이상 독일), 금융기업 시티그룹, 햄버거체인 맥도널드, 자동차회사 포드(이상 미국), 일본 전자업체 소니와 자동차회사 닛산, 프랑스에 본사를 둔 항공사 에어버스, 영국 저가항공사 이지젯 등을 꼽았다.

마이클 코뱃 시티그룹 CE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노 딜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에 배치한 은행들이 금융서비스상품을 유럽에 판매할 수 없게 된다면 런던 밖으로 자산을 옮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NN은 “시티그룹 등 금융사들의 자산 1조 파운드(약 1495조 원)와 일자리 7000여 개가 영국에서 EU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서 직원 1만4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에어버스 공장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톰 엔더스 에어버스 CEO는 “항공기 날개를 만들고 싶어 하는 나라는 영국 말고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소니는 유럽 지사를 런던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경쟁사 파나소닉도 이미 지난해 10월 유럽 지사를 영국에서 네덜란드로 이전했다. 닛산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엑스트레일‘ 신형 모델의 영국 선덜랜드 공장 생산 계획을 2월 철회했다. 이 모델은 일본에서 제작될 예정이다. 노동자 7000여 명이 근무하는 닛산 선덜랜드 공장은 영국 최대의 자동차 공장이다.

BMW도 영국 옥스포드 근교 공장의 ’미니(Mini)‘ 생산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폴 드렉슬러 영국산업연맹 회장은 “(EU라는) 관세 동맹을 잃는다면 자동차 등 영국의 여러 제조업체가 멸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