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이사장 김봉석)는 제4회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날을 맞아 3일 서울 종로구에서 ‘ADHD 환자의 생애주기별 공존 질환’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학회에 따르면 ADHD 진단을 받았거나 고위험군에 속한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소아-청소년-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적대적 반항장애, 자살, 중독장애 등 공존 질환 동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발표는 서울대 김붕년 교수 연구팀이 2016년 9월부터 약 1년 6개월간 전국 4대 권역(서울, 고양, 대구, 제주)의 소아청소년과 부모 4057명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 실태 확인을 위해 진행한 역학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진행됐다.
청소년 998명 대상으로 ADHD와 자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ADHD(또는 적대적 반항장애)로 진단된 청소년이 자살 시행 의도를 가지는 비율은 정상에 비해 6배나 높았다. 자살을 생각하거나 구체적으로 자살을 계획하는 비율도 각각 약 2배,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치된 ADHD 환자는 성인이 되면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게임 중독, 알코올 중독 등 각종 중독 장애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내 인터넷게임중독 환자 255명을 3년간 관찰·추적한 결과, ADHD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인터넷게임중독이 더 만성적으로 진행됐다. 또 두 그룹 간 인터넷게임중독 재발 가능성을 비교 조사했을 때 1년 차에서 5배, 2년 차에서는 6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알코올 중독도 ADHD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 대비 5~10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남용으로 치료를 받는 성인에서는 25%가 ADHD 환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ADHD 환자는 제대로 된 치료가 동반되지 않는 경우 성인이 되어 각종 중독 장애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아 가급적 빠른 시기에 ADHD 진단과 치료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성인 ADHD 환자의 경우 유아-소아-청소년기를 거치며 이미 적대적 반항장애나 우울증 등의 공존 질환을 경험했을 확률이 높아 ADHD 진단과 선행 치료가 더 늦어진다면 제대로 된 사회생활 적응이 어려워 결과적으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소아청소년이 ADHD를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을 받은 비율은 불과 3.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전히 국내 소아청소년과 그 부모에게는 주변 편견과 약물치료에 대한 낙인효과 등이 정신 질환 진단과 치료의 저항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