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법원 일반직 인사가 있는 매년 1월 초와 7월 초에 재판을 열지 않기로 법원노조와 합의했다. 법관의 재판 진행을 돕는 직원들이 업무 파악을 제대로 못 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으니 업무 인수인계에 필요한 시간을 달라는 상식 밖의 이유에서다.
법원은 현재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휴정 기간에는 구속 피고인이 있는 형사재판 등을 제외하고는 재판을 열지 않는다. 매년 2월 법관 정기인사 직후에도 새 재판부가 전임 재판부가 진행한 심리 내용을 파악하기 위한 휴지기를 갖는다. 법원 직원들의 업무 인수인계에 시간이 필요하다면 인사를 그런 시기에 맞춰서 하면 될 일이다. 업무 인수인계를 이유로 본업인 재판을 열지 말라는 것은 민간 기업에서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번 합의는 법원행정처와 법원노조가 자신들의 본분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케 한다. 재판 당사자인 국민이 법원에 바라는 것은 신속하고 엄정한 재판이다. 많은 법관이 수당도 못 받는 야근을 해가며 묵묵히 일하는 것도 그런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업무 인수인계를 핑계로 소송 당사자들에게 재판 지연을 감내하라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복으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