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100년 맞이 기획 / New 아세안 실크로드] 1부 아세안의 금융 코리아 <3> 디지털 뱅킹 선구자로
베트남 하노이의 한 음식점에서 손님이 스마트폰 앱에 뜬 ‘베트남우리은행 카드’로 음식값을 계산하고 있다. 하노이=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직원 1명이 페이 앱에 뜬 ‘베트남우리은행 카드’를 결제 단말기에 갖다대자 ‘띡’ 소리 한 번 만에 결제가 끝났다. 고객 하티번 씨는 “1년 전부터 페이 앱을 쓰기 시작해 지금은 1주일에 5, 6번 이용한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서도 핀테크 열풍이 금융산업과 결제시장에서 거대한 변화의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변화의 한복판에 한국 금융사들이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 쌓아올린 디지털 금융의 노하우를 활용해 아세안 금융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디지털을 활용한 금융 활동은 동남아 국가에선 이미 일상이다. 특히 아세안의 결제 시장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발판 삼아 현금에서 페이로 퀀텀점프(대도약) 중이다.
지난달 20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시내의 커피숍 곳곳에는 ‘리브 페이(KB국민은행의 간편 결제 서비스)로 계산하면 가격을 20% 할인해 준다’는 안내판이 중국 알리페이, 현지 업체가 만든 ‘파이페이(Pi pay)’ 안내판과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정열 베트남우리은행 카드사업부장은 “베트남은 화폐 종류가 워낙 많아 젊은층을 중심으로 카드 결제가 편리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했다.
○ 모바일 중심 아세안 고객에 적합
“비대면 계좌 개설 화면 켜주세요.”
신한인도네시아 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자카르타=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아세안에서 한국 금융사의 디지털 전략은 페이 시장을 넘어 비대면 계좌 개설 등으로 확장 중이다. 특히 약 1만5000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선 현지 업체가 곳곳에 수천 개의 지점을 설치해 놨기 때문에 경쟁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한국 금융사들은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만들고 비대면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자사 고객의 인터넷, 모바일 거래 건수는 7만1034건으로 1년 전(8099건)의 약 8.8배 수준이다.
○ 핀테크 업체와 협업도
한국 금융사들은 IT, 핀테크 업체와 업무제휴를 맺고 현지화에 나서기도 한다. 현지인에게 익숙한 플랫폼에 한국식 서비스를 접목하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 베트남 1위 부동산 모바일 플랫폼 ‘렌트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패션프루트와 MOU를 맺었다. 렌트 익스프레스 앱을 통해 대출 상품을 홍보하고 대출 금리와 한도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서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 라인의 자회사 라인파이낸셜아시아와 핀테크 업무제휴를 맺었다. 회원 5000만 명을 보유한 라인에 금융 서비스를 연계해 모바일 핀테크 시장을 개척하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잘로’, 전자지갑 플랫폼 ‘모모’와 연계해 모바일 간편 대출 상품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자카르타=송충현 balgun@donga.com / 프놈펜·양곤=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