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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핀테크 기업 투자 5년새 26배로… 금융인프라 부족, 되레 디지털금융 선호

입력 | 2019-04-04 03:00:00

[동아일보 100년 맞이 기획 / New 아세안 실크로드]




동남아시아에서 금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핀테크 혁명’이 불고 있다. 이 지역은 인구는 많은데 금융 인프라가 낙후돼 여러 소비자에게 쉽게 닿을 수 있는 디지털 금융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현지 한국계 금융회사들은 동남아 핀테크 기업과 손잡고 성공모델을 만들어 국내로 역수출할 구상까지 하고 있다.

동남아 핀테크의 성장세는 상당하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언스트앤드영(EY)의 ‘2018 아세안 핀테크 조사’에 따르면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6개국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12년 1400만 달러에서 2017년 3억6600만 달러로 늘었다.

동남아 핀테크의 대표 주자로는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그랩’이 있다. 그랩은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설립돼 이제 미국의 ‘우버’, 중국의 ‘디디추싱’처럼 성장한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이다. 그랩은 2016년 모바일 결제 시스템 ‘그랩페이’로 시장을 더 넓혔다. 앤서니 탄 그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월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동남아에는 계좌가 없는, ‘눈에 드러나지 않는’ 고객이 많다”며 핀테크 시장 공략 의지를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에선 차량 공유 서비스 ‘고젝’의 간편 결제 서비스 ‘고페이’가 부상하고 있다. 이용자가 고젝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사전에 고페이에 충전해 둔 돈을 차감하는 식이다.

베트남에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핀테크 서비스가 각광을 받으며 도심에 ‘티모’라는 카페들이 문을 열어 주목을 끌고 있다. 겉보기엔 트렌디한 카페 같지만 사실은 베트남의 핀테크 기업 티모와 VP뱅크가 개설한 온라인 점포다. 소비자는 굳이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티모 앱에서 VP뱅크의 신용카드나 계좌 개설을 신청한 뒤 회사나 집과 가까운 ‘티모’ 카페를 방문해 본인임을 확인하고 최종 승인을 받는다.

동남아에서는 오히려 낙후된 금융 인프라 덕에 디지털 금융이 각광 받는다. 금융회사 영업점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서재석 베트남우리은행 부법인장은 “베트남 정부도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카드 사용을 권장하고 있어 카드 및 페이 이용자가 늘 것”이라며 “우수한 핀테크 기업과 협력해 좋은 모델을 만들어 역수출을 하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하노이·호찌민=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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