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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강은지]속단하거나 비방만 해선 안 될 미세먼지 문제

입력 | 2019-04-04 03:00:00


공기질을 측정하고 있는 환경공단 판정원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왜 가스 냄새가 안 나죠?”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인천 연수구 송도 글로벌파크. 한국환경공단이 진행하는 악취 실태조사 현장을 찾았다. 킁킁거리며 무슨 냄새가 나는지 맡아 보려 했는데, 웬걸 흙냄새만 나는 듯했다.

환경공단 악취지원기술부 관계자는 씩 웃었다. “바람 방향이 바뀌거나 기온이 바뀔 때 순간 훅 났다 사라지니까 한두 번 맡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맡아 결론을 내야 하는 거예요.” 8명의 조사 요원은 송도 국제학교, 아파트, 대학 캠퍼스 등을 30개 정사각형 모양의 격자로 나눠 냄새를 맡고 있었다. 사람이 직접 냄새를 맡는 ‘격자법’이다. 4일째 조사 과정에서는 가스 냄새나 타는 냄새를 맡기도 했고, 아무 냄새를 못 맡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해 연수구에 ‘가스 냄새가 난다’고 접수된 민원은 548건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가스 냄새’가 무슨 냄새인지, 어디서 난 건지는 아직 원인 불명이다. 공단 관계자는 “새벽, 오전, 오후, 저녁으로 시간대를 분산해 냄새를 맡아 보고 있다”며 “연말까지 분기별로 냄새를 맡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선 최대한 여러 번 측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환경공단이 악취 실태조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당시 공단이 조사를 한 부산 남구 지역에선 당초 하수처리시설에서 냄새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수처리시설 인근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많아서다. 그러나 격자법으로 측정한 결과 하수처리시설이 아닌 인근 하수구와 하천에서 나는 퇴적물 냄새와 물비린내가 원인으로 확인됐다. 막연하기만 했던 냄새의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니, 맞춤형 저감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눈에 안 보이는 악취가 어디서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원인을 찾는 데만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을 들으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면적이 그리 넓지 않은 지역인데도 그러한데, 지역 간이나 국가 간 갈등을 일으키는 사안이면 더더욱 신뢰할 수 있는 조사 결과가 필요할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의 일상을 바꾼 미세먼지 재난을 떠올렸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은 누구나 알지만, 각각의 발생원이 미세먼지를 얼마나 만들어 내는지, 어디까지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선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 공장이 없는 곳의 미세먼지 농도가 왜 높은지, 공장 지대에서 얼마만큼의 영향을 받고 있는지는 추정만 할 뿐이다. 중국 등 국외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 연구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마련하려면 객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속단하거나 비방만 해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