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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에 청원서 낸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사과를 원한다”

입력 | 2019-04-04 15:13:00

103명 기명 날인…“공식 사과·피해회복 조치해야”



베트남전 퐁니퐁넛 사건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 씨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평화의 미래를 위한 간담회에서 한국군의 학살 상황을 증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8.4.19/뉴스1 © News1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가족들이 진상조사와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요구하며 청와대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베트남전이 끝난 이후 피해자들이 외국 정부에 집단 청원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준비위)는 4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청원에는 베트남 하미 마을 학살 피해자인 응우옌티탄씨(61) 등 103명이 참여했다. 청원서에는 이들의 기명 날인은 물론 베트남전 당시의 피해사실까지 함께 담겼다.

청원법 제9조 3항에 따르면 정부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90일 이내에 처리 결과를 청원인에게 알려야 한다.

청원인들은 청원서를 통해 Δ한국 정부기구에 의한 진상조사 및 조사결과 공포 Δ한국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및 공식 사과 Δ피해자 존엄·명예회복 조치를 포함한 입장 표명 Δ피해회복을 위한 조치 시행을 요구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는 ‘베트남 정부가 한국의 사과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누구도 우리에게 찾아와 사과를 원하는지 묻지 않았다”며 “우리는 청원서를 통해 무엇보다 한국 정부에게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생존자들은 사과를 원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일본에 의해 식민지배를 당했던 불행한 시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여전히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이런 입장과 태도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에 있어서도 일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준비위 역시 “1999년부터 공론화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논의는 20년째가 되지만 한국 정부는 진상 조사를 시작하지도, 공식 인정을 하지도 않았다”며 “무책임하고 비겁한 침묵의 시간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금 대한민국이 누리는 물질적 풍요는 이름 모를 베트남인들의 죽음과 고통 위에 서 있으며 우리는 ‘그들이 빼앗긴 것을 물려받은 관계’에 놓여 있다”며 “응답의 책임은 대통령 또는 국가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준비위는 추후 피해자들에게 연대하는 한국 시민들의 추가 청원을 조직하고 국제 사회에도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등의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