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정주현. 스포츠동아DB
“생각을 좀 버리고, 몸에 맡기니까 더 편안해지더라고요.”
LG 트윈스 정주현(29)은 비로소 그라운드 위에 선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됐다. 수비 코치를 겸하는 유지현 수석과 겨우내 피나는 훈련을 거듭한 효과다.
표정부터 사뭇 달라졌다. 여유가 늘었다. 경쾌한 리듬으로 호수비를 이끌어내며 투수의 뒤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3일까지 LG가 단연 돋보이는 0.96(1위)의 구원 투수 평균자책점을 바탕으로 팀 평균자책점까지 1위(2.47)를 지키는 데는 정주현을 비롯한 수비진의 도움이 크다. 시즌 개막 후 10경기를 치른 가운데 팀 실책도 4개로 리그서 가장 적다. ‘실책 10개 미만’을 시즌 최우선 목표로 내세운 정주현은 실책 0회를 무난하게 유지하고 있다.
정주현 스스로는 훈련 때 익혀둔 감각에 몸을 맡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트라우마라는 것이 결국 생각의 차이다. 던지기 전에 ‘잘 던져야겠다. 못 던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못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돌아보며 “이제는 그런 생각을 비웠다. 덕분에 트라우마도 사라졌다. 연습을 충분히 했고, 타구에 몸이 절로 반응하도록 편안한 마음으로 수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유 코치님께서 평범한 타구에도 하이파이브를 해주시면서 늘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주신다. 덕분에 지금까지 수비가 잘되고 있다”고 웃었다. “이제는 눈만 마주쳐도 안다”는 유격수 오지환과의 콤비 플레이도 정주현의 수비 안정감을 높이는 요소다.
팀 타선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정주현 역시 공격으로 미처 채우지 못하는 제 몫을 수비로 대신하려 애쓰는 중이다. 그는 “방망이가 잘 안 맞아도 수비로 어떻게든 잘 채워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비라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며 “실수는 누구나 한다. 하지만 실책은 무조건 10개 미만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잘 버티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대전|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