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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두-에너지 등 미국상품 수입 확대… 美기업 지분 100% 독자법인 설립 허용

입력 | 2019-04-05 03:00:00

美中 무역협상 잠정 합의안 윤곽
中 2025년까지 미이행땐 관세보복… 류허 부총리 웃음띤 사진 ‘긍정 신호’
일각 “기술 등 민감사안 합의는 난항”




중국이 2025년까지 미국산 상품의 수입을 확대하고 미국 기업의 중국 내 독자 법인 설립을 허용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 전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미중 대표단은 전날 워싱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재개했다. 블룸버그통신이 협상 관계자 3명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두 나라는 “강제성 있는 무역 합의 사항의 이행 기한을 2025년으로 정한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가 밝힌 잠정 합의문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대두와 에너지 상품 등 미국산 상품의 구매를 약속한 양만큼 늘려야 한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지분 100%를 확보한 독자 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 이러한 합의 사항을 중국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 보복 관세 부과 등 강제적 이행 장치가 없는 그 밖의 합의 사항에 대해서는 중국 측에서 “2029년까지 이행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협상이 좋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 주말 전까지 최종 합의에 이를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백악관에서 류 부총리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오전 미 무역대표부 건물에 도착한 류 부총리가 웃음을 지으며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하고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다.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경제는 지금 매우 강해 보인다. 무역대표부와 중국의 협상은 매우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가 두 나라의 장기적인 경제 관계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합의는 2020년 재선 캠페인을 최근 개시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성취로 선전할 소재가 될 수는 있겠지만 기술 분야에서의 교류 등 한층 민감한 사안의 합의는 아직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보복 관세 등 중국에 무역 합의를 준수하도록 강제할 장치의 효과와 지난해 무역 전쟁을 치르면서 두 나라가 상대방에 부과한 관세의 철회 여부에 대해서도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은 미국의 보복 관세 부과에 대해 재차 보복하지 않는 원칙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러한 내용을 정식 합의문에 포함시키자는 미국 측 제안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철회 문제에서도 중국은 모든 관세의 철회를 원하고 있으나 미국은 일부를 존치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