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
대한민국 지방자치에 있어서 결정적인 계기라고 부를 수 있는 일은 제9차 개헌과 1988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통한 지방자치의 부활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30년이 지난 지금 두 번째 계기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바로 그것이다.
1988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이후 큰 변화 없이 부분적으로만 다듬어왔던 지방자치제도를 이제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를 목표로 대대적으로 바꾸어 보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단체장과 의회의 선출, 권한, 기능 등을 중심으로 삼아온 지방자치에서, 주민자치를 중추로 삼아 주민의 참여와 권리를 보장하는 지방자치로 대폭 전환하고자 한다.
또한 주민이 언제든 지방자치단체의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집행기관의 조직이나 재무 등 주요 지방자치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근거를 신설한다.
향후에는 정보공개 통합플랫폼도 구축해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하나로 모을 계획이다. 주민이 읍면동의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마을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민자치회에 관한 규정도 마련한다. 아울러 현재 단체장과 의회 대립형으로 획일화돼 있는 자치단체의 기관 구성 형태도 인구 규모, 재정 여건 등 지역 특성에 따라 주민이 주민투표를 통해 변경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한다. 그리고 좀 더 확대된 범위의 주민이 지방자치행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주민조례발안, 주민감사청구, 주민소송의 경우 기준 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조정한다.
덧붙여 지방자치 행정에 주민 참여와 주민 통제를 대폭 강화하기 위해 주민투표법, 주민소환법도 개정한다. 주민투표, 소환의 청구요건을 완화하고 주민투표의 개표요건을 없애 결과의 확정 여부와 관계없이 주민의 의사를 반드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단, 확정요건을 도입해 소수의 의견만으로 정책 결정이 좌우되는 경우를 방지한다. 마지막으로 주민이 단체장을 거치지 않고 지방의회에 조례안을 직접 발의할 수 있는 ‘주민조례발안제’도 도입해 주민의 의견이 지방의회에서 반드시 논의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제도 개선안들은 자치분권의 결실이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다. 새로운 지방자치시대의 주인공은 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아니라 바로 주민이기 때문이다. 금번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 주민을 지방자치의 진정한 주인으로 만드는 계기, 주민이 지방자치의 획기적인 변화를 체감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