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특보·강풍특보 상황서 화재 발생 "발생 조건과 확대 조건 모두 갖춘 셈"
강원 고성·속초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가 확산하면서 역대 세 번째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되기에 이르렀다. 이번 산불은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이 맞물리면서 큰 화재로 이어졌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5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불은 전날 오후 7시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미시령 아래 일성콘도 인근 도로와 인접한 야산에서 시작됐다. 이후 불은 고성과 속초 일대로 크게 번져 이날 오전 11시30분 현재까지 화재 진압이 이뤄지고 있다.
화재 원인은 전기 개폐기폭발로 지목된다. 다만 화재가 이같이 ‘국가재난’급으로 번지기까지는 기후와 바람의 영향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4일에는 강원 영동과 일부 경북·전남(광양) 지역과 건조주의보가 발효된 전 지역의 실효습도가 25% 이하였다. 이는 매우 건조했다는 것을 뜻한다.
기후가 건조한 가운데 바람까지 강하게 불었다. 전날 오후 1시부터 강원 강릉 평지, 동해 평지, 태백, 삼척 평지, 속초 평지, 고성 평지, 양양 평지, 정선 평지, 강원 북부·중부·남부산지에는 강풍경보가 발효됐다.
이날 오전 8시30분을 기준으로도 고성과 속초 등의 강풍경보는 유지된 상태였다.
즉, 건조한 날씨가 ‘불이 나기 좋은 조건’을 만들었고, 강한 바람이라는 ‘번지기 쉬운 조건’까지 더해져 산불이 국가재난 수준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제진수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목재가 마르는 것을 측정하는 도구가 실효습도다. 실효습도가 낮은 상황이었으니 불이 나서 번지기 쉬웠던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강풍이 확대요인이 되면서 도심지와 민가까지 번지게 됐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압차가 커 바람이 강하게 부는 상태였다. 건조한데다가 바람도 세게 불었던 까닭에 불이 크게 번질 수 있는 조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금은 점점 바람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자연 상황이 화재에 취약할 경우, 대형 산불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계도 활동에 나서고 개인은 각별히 불조심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 교수는 “대형 산불은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 같은 곳에서도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지 않나”라며 “건조할 때는 불이 나기 쉽다는 것을 계도하거나 개인은 아예 불을 쓰지 않는 등 조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도 “건조특보나 강풍특보가 발령됐을 때 산불 예방과 대피 방식을 전파하는 것 등이 그나마 큰 산불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며 “이번 화재에서도 그런 것들이 잘 이뤄졌는지를 살펴볼 필요는 있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