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의 모험/제리 퀸지오 지음·박설영 옮김/316쪽·1만6800원·프시케의숲 귀한 설탕으로 만든 디저트, 중세 유럽 상류층에 큰 인기 탄생과 확산 과정 등 소개
1898년 영국에서 출간한 인기 요리책 ‘실용요리 백과사전’에 실린 다양한 얼음과자 그림.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디저트는 근현대에 들어서며 재료값이 낮아지며 대중에게 급속하게 퍼져갔다. 프시케의숲 제공
읽는데 분명 돈이 더 들어간다. 분명 빵빵하게 저녁도 먹었건만. 반갑잖은 군침이 밀려온다. 독서가 마음이 아니라 몸의 양식도 될 줄이야. 담뱃갑 따라 “체중이 불어날 수 있습니다”란 경고 문구라도 표지에 실어야 할 판이다.
하지만 다이어트와 잠시 이별하고 나면 신나는 모험이 황홀경으로 펼쳐진다. 근사한 사진 때문이라면 더 나은 요리책이 훨씬 많다. 우리의 입을 달래주는 갖은 디저트들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배우는 건 기대보다 더 즐겁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 아닌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주린 이들은 맛이나 모양을 따질 리 없다. 여유가 되니 폼도 잡는다. 디저트가 화려하게 꽃핀 17, 18세기가 왕정·귀족문화의 절정기였던 건 우연이 아니다. 실제로 당시 디저트는 눈으로 즐기는 ‘과시용’이 많았다. 성이나 영토를 미니어처처럼 만들어 내놓기도 했다. 설탕 등으로 만든 외벽을 부수면 안에서 새들이 날아오르는 디저트도 유행이었다고 한다.
Courtesy ofWilliamCurley, Parissier-Chocolatier. 프시케의숲 제공
앞서 얘기했지만 ‘디저트의 모험’은 굉장히 즐거운 탐방이다. 세계 곳곳을 돌며 뿌리 내린 디저트를 따라, 미식여행을 다녀온 듯한 만족감이 크다. 특히 디저트의 양대 산맥이라 할 ‘크림’(아이스크림 포함)과 ‘케이크’는 따로 1장씩 할애해 설명했는데, 더욱 허기가 지니 주의하시길.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디저트가 19, 20세기 대중에게 퍼져 나가는 대목은 격변의 역사만큼 흥미진진하다.
다만 하나 아쉬운 건, 이 모험이 너무 한쪽 동네만 들여다본단 점이다. 디저트라 부르진 않았을지언정, 다채로운 후식을 보유한 아시아를 너무 홀대한다. 중국과 일본은 1페이지뿐이고, 한국은 아예 없다! 아메리카, 아프리카 대륙도. 겨우 80일 동안 몇 나라 들러놓고 ‘세계일주’라 불러서야 되겠나. ‘리얼 어드벤처’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 저자는 얼른 다시 짐을 싸시길. 아님 다른 누군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