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4일 스페인과의 공식 외교행사에 꼬깃꼬깃 구겨진 태극기를 내걸어 망신을 당하던 그 시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직원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있었다. 강 장관이 “외교업무 특성상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 맡은 바 업무에 빈틈없이 임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을 때, 한-스페인 전략대화 회담장의 직원 두 명은 뒤늦게 태극기 주름을 펴보려 헛손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외교부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모습이다.
외교부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년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앞두고 공식 영문 트위터에 체코를 이미 오래전 사라진 국명인 체코슬로바키아로 표기해 빈축을 샀고, 얼마 전엔 ‘발트 3국’을 ‘발칸 3국’으로 잘못 표기해 홈페이지에 올렸다. 재작년에는 한-파나마 외교장관 회담장 테이블에 거꾸로 달린 파나마 국기를 내놓았다가 파나마 측 관계자가 발견해 고쳐 다는 일도 있었다.
이런 초보적 수준의 실책이 잇따랐지만 외교부가 그 책임자를 가려 문책을 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외교부가 이번에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지켜볼 일이다. 실수를 연발하고도 실수조차 인정하지 않는 한심한 대응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서 허술한 의전으로 논란이 벌어져도 “상대국에서 말이 없는데…”라며 넘어가니 누가 긴장감을 갖고 외교 업무에 임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