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을 앞둔 4일 오후 강원도 고성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하룻밤에만 경기 파주, 경남 의령, 경북 포항, 충남 아산 등 전국 18곳에서 불이 났다. 이로 인해 서울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가까운 525ha의 임야가 불타고 35명의 사상자가 생겼다.
특히 고성군 토성면에서 시작된 산불은 속초 시내까지 번지는 등 강원도 일대에서만 300여 채의 주택과 창고 등이 잿더미가 됐다. 한밤중에 집과 병원, 공장, 학교, 군부대까지 덮친 화마(火魔)로 인해 4200여 명이 인근 체육관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전기와 도로 철도가 통제되고 통신까지 마비된 아수라장 속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운 주민들이 얼마나 공포스럽고 황망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정부는 5일 오전 강원도 5개 시군에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고 특별재난지역 지정도 검토하고 있다. 5일 오후까지 큰불들은 대체로 잡혔으나 잔불이 있을 수 있다. 부산 해운대 운봉산은 2일 일어난 산불을 다음 날 진압했지만 그 후에도 세 차례나 재발화(再發火)했다.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많이 부는 4월은 작은 불씨 하나라도 남기지 않도록 더더욱 철저히 진화하고 경계해야 한다. 봄철 산행이나 나들이객들도 각별히 산불 예방을 실천해야 한다.
지금 화재 현장에는 맨발로 필사의 탈출을 한 이재민들이 집과 가게, 농기구까지 잃고 망연자실해 있다.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조속히 임시거처와 구호물자를 공급하고 이들이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목숨을 걸고 화마와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 복구에 앞장서는 공무원 및 군인들, 삶의 터전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온 국민의 따뜻한 격려와 지원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