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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대기에 태풍급 ‘양간지풍’ 더해져… 산불 빠르게 확산

입력 | 2019-04-06 03:00:00

2000년-2005년에도 큰 피해 불러




강원 영동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대기가 건조한 데다 양간지풍(襄杆之風)이 더해져 피해가 커졌다.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고성) 사이에 부는 국지성 강풍을 일컫는 말이다. 2000년 4월 강원 고성 등 5개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과 2005년 4월 낙산사를 전소시킨 강원 양양 산불 등이 양간지풍으로 피해가 커진 대표적 사례다.

양간지풍을 일으키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기압의 배치 형태다. 봄이 되면 우리나라 남쪽에는 고기압이, 북쪽에는 저기압이 자리 잡는다. 이른바 ‘남고북저’ 형태의 기압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고기압 지역은 바람이 시계 방향으로 불고 저기압 지역은 바람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분다. 이 바람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강한 서풍을 일으킨다.

두 번째는 태백산맥이다. 바람이 동쪽으로 불다가 태백산맥을 타고 넘어가면서 하강할 때 기세가 강해진다. 마지막으로 태백산맥 위로 흐르는 따뜻한 공기의 영향으로 풍속이 더욱 빨라진다. 밤이 되면 지표면의 기온은 내려가는데, 상층부 공기는 따뜻해 바람은 그 위로 치고 올라가지 못한다. 결국 좁은 바람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것이다.

5일 오전 4시 반 강원 인제군과 고성군 사이에 있는 미시령의 순간 풍속은 초속 31.2m까지 빨라졌다. 전날엔 순간 풍속이 초속 35.6m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최대 풍속(10분 평균)이 초속 17m 이상일 때를 태풍으로 규정한다. 그야말로 태풍보다 강한 바람이 불어닥친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쪽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초속 22∼30m의 강풍이 불어 산림 6만2053ha를 집어삼켰다.

5일 오후부터는 바람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 강원 영동지역에 내려진 강풍경보(초속 21m 이상일 때)는 낮 12시 이후 강풍주의보(초속 14m 이상일 때)로 한 단계 낮춰졌고 오후 6시에 해제됐다. 오후 5시 기준 초당 순간 풍속은 고성 9.4m, 미시령 8.4m, 강원 강릉과 경북 울진이 각각 8.2m 등이다.

이번 영동지역 산불의 큰 불길은 잡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영동지역과 경북, 대구 등에는 3일부터 건조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건조경보는 실효습도가 25% 이하일 때 내려진다. 실효습도는 이전 5일간의 평균 습도에 가중치를 부여해 계산하는데 나무 등 식물의 섬유질 건조 상태를 반영하기 때문에 실효습도가 낮을수록 화재 위험이 높다.

여기에 양간지풍이 만들어내는 돌풍에도 유의해야 한다. 기상청 윤기한 통보관은 “4일과 5일 사이에 분 것처럼 강한 바람이 불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산불 지역에 국지적으로 강한 상승세를 탄 돌풍이 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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