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정신 무시 축구장 유세…언제쯤 페어플레이 깨달을까
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스포츠는 향유할 요소가 많다. 이 업(業)의 핵심이 열정, 도전, 승리, 건강, 경쟁, 배려 등 다양한 상징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백악관은 야구(MLB), 농구(NBA) 등의 우승 팀을 초청한다. 나이키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다. 승리, 열정 등의 이미지를 추구한 것이다.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널드는 오랫동안 올림픽을 후원했다. ‘건강’이라는 이미지를 얻고자 했다. 팬들도 특정 팀을 응원함으로써, 그 팀이 가지는 가치를 향유하려고 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3보궐선거 때 프로축구 경남FC 홈구장을 찾은 것도 이런 차원이다. 축구장이 단순히 사람 많은 곳이라 간 건 아니다. 그는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 팬들과 교감(연결)했고, 미디어들이 그 장면을 보도(공개)했다.
그러나 그는 투영된 영광을 향유하지 못했다. 규정 위반 때문이었다. 경기장 안에서의 정치적인 의사 표현은, 축구가 가장 경계하는 행위다. 경남FC가 애꿎게 벌금 2000만 원을 받으면서 비난이 커졌다. 경남FC가 보유한 긍정적 가치는 그에게 이전되지 않았고, 오히려 ‘반칙’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내려졌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을 쓴다. 하나가 앞서 언급한 투영된 영광의 향유이고, 다른 하나가 ‘반사된 실패의 차단(Cutting off Reflected Failure)’이다. 논란의 대상이거나, 부정적 평가를 받는 사람(또는 집단)을 자신과 분리시킨다. 자신이 응원하던 팀이 성적이 부진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유니폼을 중고로 처분하는 게 이런 심리다.
스포츠는 대중적 관심이 높은 영역이라, 이런 긍정과 부정의 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걸 간과한다.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스켈레톤 윤성빈이 금메달을 따던 순간,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평창 패딩을 입고 통제구역인 경기장 피니시라인에 서 있었다. 투영된 금메달의 영광을 향유하려다, 비난만 받았다.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는 건 ‘존중’이 없어서라고 체육인들은 지적한다. 스포츠와 정치의 분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스포츠 자체가 정치적 속성이 강하고, 정치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 교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방식은 재고해야 한다. 스포츠 영역은 엄격한 룰을 기반으로 하고, 공정과 페어플레이가 요구된다. 사람들이 스포츠를 찾는 본질적인 이유 중 하나다. 가치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그 가치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 상징적 가치를 거래하는 스포츠는 매력적이지만, 날카롭다. 양날의 칼이다.
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