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사이먼&가펑클의 ‘April Come She Will’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먼저 뇌의 정보 전달 속도와 생체시계 속도는 나이가 들수록 느려집니다. 어릴 때는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세상이 느린 화면처럼 느껴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정보 처리 속도가 느려져서 상대적으로 세상이 빠르게 느껴지죠. 정보를 통합하는 신경회로는 도파민이 조절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도파민의 분비량과 반응이 감소합니다. 뇌의 속도가 느려지니까 반대로 세상은 빨라지죠. 실제로 도파민계의 각성제는 전달 속도를 올려서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도파민을 억제하는 조현증 치료제는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착각을 유발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의 양은 줄어듭니다. 어릴 땐 모든 것이 새로워서 기억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나이가 들며 반복된 일상을 거듭하다 보면 기억해야 할 정보의 양은 점차 줄어듭니다. 기억할 것이 적어지면 시간은 빠르게 흐르죠. 낯선 길을 갈 땐 멀지만 돌아올 땐 가까운 것처럼. 또한 열 살 때의 1년은 인생의 10분의 1이지만 50세에게 1년은 50분의 1이죠. 일정 시간의 비율은 나이가 들수록 상대적으로 짧아지기에,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집니다.
시간의 흐름을 늦추고, 그 시간을 봄비로 넘실거리는 냇물처럼 풍요롭게 만들려면, 먼저 신체 나이가 아닌 계절의 나이를 살아야 합니다. 봄을 느끼지만 말고 봄을 살아야 합니다. 봄에 걸맞은 생활을 해야 하죠. 세월을 핑계 삼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고 새로운 자극과 목적을 찾아 도전해야 합니다. 용기가 필요하죠.
활력 있고 보람된 생활을 하면 느려졌던 뇌의 정보전달 속도가 빨라집니다. 다시 젊어질 필요는 없어도, 삶은 잘 음미할 필요는 있죠.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우린 또 얼마나 어렵게 사랑해야 하는지?”라는 부정적인 경험에 의한 회의가 앞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란 큰스님의 말씀처럼, 왜곡되지 않은 눈으로 현실을 직시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살 수 있다면 우리의 뇌와 가슴에 봄이 들어올 것이고, 시간은 점점 느려지고, 삶에는 더 많은 음표와 느낌표들이 생길 것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봄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