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 감사원 최근 “문제 없다” 결론…3월 29일 2대 한국 안착
3월 29일 충북 청주 공군기지에 안착하는 F-35A 스텔스기. [사진 제공 · 방위사업청]
3월 29일 공군은 충북 청주 제17전투비행단에서 F-35A 인계식을 열었다. 22일 미국 루크 기지를 출발한 F-35A 두 대는 공중급유를 받으며 1만3800여km를 날아와 이 기지에 안착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스텔스기 보유국이 됐다. 올해 1월 북한 ‘노동신문’은 스텔스기 도입을 비판하며 ‘군사적 대결이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망쳐놓을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인계식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불참하고 이왕근 공군참모총장만 ‘잠시’ 참석했다.
이 행사가 주목받은 이유는 한 달 전인 2월 27일 감사원이 “2014년 당시 차세대 전투기(FX) 기종 선정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부의 집권 전후로 여러 방송은 F-35A로 기종이 결정된 것은 최순실 씨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2년 가까이 철저한 조사를 했으나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다. 과연 F-35A 도입 과정에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일까.
이명박 “경쟁 유도해 가격 낮춰라”
FX사업은 이명박 정부 초기 방위사업청(방사청)이 8조3000억 원 예산으로 차세대 전투기 60대를 구매하겠다고 결정함으로써 시작됐다. 공군은 스텔스기 도입을 목표로 했기에 스텔스기에는 높은 점수를, 그렇지 않은 전투기에는 낮은 점수를 주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 기준대로 하면 F-35A 구매가 가장 유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방사청장에 기획재정부 출신인 노대래 씨를 임명할 정도로, ‘예산 관점’에서 국방을 봤다.
덕분에 미국 보잉의 F-15SE와 유럽 EADS의 유로파이터도 참여하게 됐다. 당시 F-35A는 아직 시제기 단계였다. 시제기를 띄우는 시험비행은 설계대로 기대한 성능이 나오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인데, F-35A 시제기는 몇몇 분야에서 성능 미달이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해결책을 찾아내 시제기를 개조한 다음, 문제가 해결됐는지 확인 비행을 한다. 이 때문에 F-35A의 개발 완료 시점은 계속 늦춰졌다.
이것이 공군의 F-35A 도입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반대파들에게 빌미가 됐다. F-35A는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가 미국에 잘 보이기 위해 F-35A를 도입하려 한다는 여론을 불러일으킨 것. 미국 언론에 보도된 F-35A 개발 지연 기사를 활용하면서 반(反)F-35A 여론을 유도했다. 이들은 한 발 더 나아가 ‘F-35A도 결국 레이더에 걸린다’며 스텔스 무용론을 내세웠다.
F-15SE와 유로파이터처럼 개발 완료된 전투기는 업체가 개발비를 댄 정부에 소정의 로열티만 지불하면 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해 상업 판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F-35A는 당시 미 정부의 예산을 받아 개발 중이라, 개발업체인 록히드마틴은 물론 개발비를 대주는 미국 정부도 최종 가격과 로열티를 결정할 수 없었다. 시험비행이 길어지면 돈은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F-35A 가격 산정에 실패한 공군
역대 공군참모총장단이 스텔스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
따라서 미국이 개발하는 무기를 도입할 때는 ‘대외군사판매’ 방식을 따른다. 가격은 대략적으로 잡는 대신 성능은 미국 정부가 확실히 보장하는 것이다. 성능 보장에 실패하면 미국 정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대신 가격은 미국 정부의 규정에 따라서만 제시해야 한다. 이 같은 대외군사판매 방식을 잘 아는 공군이지만, F-35A 가격을 높게 잡으면 FX사업에 대한 반대가 심하리라 보고 가격을 낮게 잡았다. 공군본부 기획참모부는 8조3000억 원에 60대의 F-35A를 도입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군은 FX사업의 스텔스기에 대한 기준을 변경할 때 ‘F-35A의 가격을 낮추면 공군에게도 이득’이라는 것을 설득 논리로 내세웠다. 박 전 총장의 후임이던 성일환 전 총장도 국회 등에서 “방사청이 적법한 경쟁을 통해 결정해주는 기종을 공군은 받아들이겠다”는 요지의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F-35A가 가격 때문에 탈락하자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성 전 총장은 결국 F-35A를 원하는 내부의 반발을 무마하고자 모든 공군 장성을 본부로 불러 “공정한 경쟁을 통해 F-15SE가 선정됐으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 예상 밖으로 별다른 반대 없이 공군 장성들이 동의했다.
1990년 공군은 FX사업의 원조인 KFP사업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공군은 두 개의 엔진을 가진 FA-18을 원했다. 그런데 엎치락뒤치락하던 끝에 최종적으로 한 개의 엔진을 가진 F-16이 선정됐다. 그로 인해 공군 내부에서 반발 조짐이 일자, 당시 한주석 총장이 모든 장군을 불러 현실을 수용하자고 설득했다. 그러자 서진태 등 3명의 장군이 반대했고, 그 후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정도였다.
F-15SE 도입에 현역 장성들이 찬성했으나 예비역들은 반발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경남고 동기이자 친구인 김홍래 씨 등 역대 공군참모총장들이 모여 공군의 FX사업 결정에 반대했다. 이들의 반대 의견을 당시 이문호 예비역 준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작성하고, 역대 총장들이 연명을 한 다음 청와대로 보냈다. 김홍래 전 총장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관계 때문인지 이 건의문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고, 대통령은 재검토를 지시했다. 그때 FX사업은 마지막 단계인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통과를 앞두고 있었으나,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박 대통령의 뜻을 전함으로써 F-15SE는 마지막 단계에서 탈락했다. 이로써 이 사업은 무산되고 방사청과 공군은 FX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2017년 5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출석하고 있다(왼쪽). 2016~2017년 FX사업에 최순실 씨 등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방송 화면. [사진공동취재단, YTN 뉴스 캡처]
개입 의혹 보도 잇따르자 감사원 감사
스텔스기는 유사시 북폭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전력으로 평가된다. [사진 제공 · 방위사업청]
이런 보도들이 잇따르자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은 적폐를 없앤다는 차원에서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감사원은 기종 변경에 적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씨의 로비설은 사실무근으로 확인된 것이다. 또 감사원은 F-35A 도입과 관련한 ‘절충교역’도 조사했다. 절충교역은 한국이 F-35A를 사주는 대가로 록히드마틴이 군 통신위성을 제작해 발사해준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약속은 계약이 아니라 양해각서(MOU) 수준의 것이었다. 이 때문에 양측의 의견 차이로 해당 사업은 예정보다 늦어졌다. 따라서 기종 변경만큼은 아니지만 최씨의 개입 등 부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감사원은 현재 ‘절충교역에도 최씨의 개입 흔적이 없고, 부정도 없었다. 그러나 사업이 지연된 것은 문제’라는 결론을 내리고 발표 시기를 고르고 있다고 한다.
F-35A 도입 과정에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방송 화면. [JTBC 뉴스 캡처]
이정훈 기자 hoon@dong.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83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