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강원 고성군 토성면에서 소방대원이 밤 사이 꺼지지 않은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2019.4.5/뉴스1 © News1
평생 살던 집을 통째로 몇 시간 만에 집어삼킨 화마였다. 인페르노 영화와 같다고 교복을 입은 학생이 입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대피소에 우후죽순 집을 잃은 사람들이 밀려왔다.
“산에 불이 벌겋잖아. 그래 가지고 맨발로… 갑자기 이렇게 뛰어나왔어 ”
토성면 주민인 황분남 할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곤 털썩 바닥에 앉았다. 지난밤. 나무로 지은 집들은 모두 타버렸고 자신이 살던 벽돌 집도 플라스틱이 녹아 꺼먼 연기가 불어왔다고 말했다. 떨고 있던 그를 끌고 나온 건 며느리였다.
“다 타버렸어. 다 타버렸잖아. 그냥 몸만 뛰어나왔어”
민박을 운영하던 할머니는 하루아침에 없어져버린 집 옆에서 걸레를 짜고 있었다. 그을음을 닦아내기 위해서였다. 타지 않은 옆 건물 벽면을 걸레로 계속 문지르고 있었다. 자택은 이미 불로 바스러졌다.
5일 오전 11시쯤 본 고성면 인근 풍경은 참담했다. 동해안 옆 도로인 7번 국도를 따라 가보니 바다 맞은편 집들 중 절반은 꺼멓게 형체도 없이 날아가 있었다. 폭격을 받은 전쟁터와 같았다.
지방에서 파견 온 소방수들은 김밥 한 줄을 입에 집어넣으며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이국 성북소방서 의용소방대원이 이재민들을 부축하며 경고했다. 기자의 운동화를 보더니 금방 타는 재질이라며 불을 조심하라 경고했다. 이제 산에서 잔불을 덮는 작업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 말하면 서다.
“제가 24년 동안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이런 큰 불은 처음이에요. 전쟁터 같아요”
오전 11시 광주에서 고성으로 올라왔다는 이장신 소방관. 꺼도 꺼도 하얀 열기가 올라오는 주택 앞에서 그가 전한 말이었다.
한편 대피소 옆 행정복지센터에는 이낙연 총리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오전에 방문해 피해 주민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성=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