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5일 서울역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며 “8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사장단회의는 유라시아 철도 완성에 한국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회원국들에 인식시킬 기회”라고 말했다.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철도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좁은 국토에서 벗어나 북한, 더 멀리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돼야 합니다.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사장단회의는 한국이 유라시아 철도망의 시발점이자 종착역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대륙철도의 유엔 총회’로 불리는 OSJD 사장단회의가 8~1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다. 지난달 27일 취임한 손병석 코레일 사장(57)은 이 회의의 의장을 맡아 대외적인 공식 데뷔전을 치른다. 손 사장은 5일 서울역에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라시아 철도망이 완결성을 갖추려면 한국과 북한까지 연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OSJD 내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과 남북의 대륙철도 연결에 대한 회원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장단회의는 지난해 6월 한국이 OSJD 정회원이 된 뒤 처음 여는 국제행사다. OSJD는 1956년 유럽과 아시아간 국제철도 운행을 위해 창설된 국제기구로 한국, 북한, 러시아, 중국 등 29개국 정부와 철도 운영기관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2014년 제휴회원이 됐지만 북한의 반대로 정회원 가입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 남북관계 훈풍을 타고 4번째 도전 끝에 성공했다.
정회원이 되면 유라시아 철도 이용과 운영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해당 노선을 지나는 국가들과 일일이 개별 협정을 맺지 않아도 된다. 경부선(부산~서울)과 경의선(서울~신의주), 나진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달리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9288㎞)를 연결할 길이 열린 것이다.
대륙철도 연결을 위해선 무엇보다 남북 철도협력이 필수다. 손 사장은 “한국의 철도 경쟁력 강화와 통일 이후 철도 주권 차원에서도 남북 철도 협력은 중요한 문제”라며 “한국이 아닌 제3국이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을 주도한다면 통일시대를 맞았을 때 국익이 손상될 수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 진전 등 여건이 조성되면 북한의 철도 기술자들을 코레일로 초청하는 기술연수도 추진할 계획이다.
손 사장은 “남북 철도 연결은 국내 물류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부산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뱃길로는 30~40일 걸리지만 철도로는 17일이면 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취임 일성으로는 ‘철도 안전’을 내세웠다. 취임식도 대전 본사가 아닌 경기 고양시 수도권철도차량정비본부에서 열었다. 지난해 12월 강릉선 고속철도(KTX) 탈선 사고 등 연이은 사고로 홍역을 치른 만큼 철도 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철도 비전문가였던 전임 사장과 달리 국토부 철도국장을 지내 전문성을 갖춘 그를 향한 조직의 기대감도 있다.
손 사장은 “직원들의 머릿속에 안전이 최우선 순위로 떠오르도록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며 “노후 차량 교체와 안전운행을 위한 여유차량 확보, 철도 시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코레일은 상반기(1~6월) 내 안전 관련 투자 확대 등을 담은 종합 안전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철도산업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현재 철도사고 및 안전관리체계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뒤 국토부가 이를 반영해 전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추진됐던 코레일과 SR 통합에 대한 연구 용역은 강릉선 탈선 사고 이후 중단된 상태다. 손 사장은 “우선은 철도 유관기관 간 협업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주애진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