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군 토성면 성천리에 사는 탁영일 씨(59)는 반려견을 잃은 슬픔에 눈물을 글썽였다. 탁 씨는 집 옆 자신의 공장에서 개 네 마리를 키웠다. 하지만 이번 불로 두 마리가 죽고 한 마리는 실종됐다. 6일 탁 씨 곁에는 불에 그슬려 털이 회색빛으로 변한 개만 맴돌았다. 탁 씨는 워낙 급하게 대피해 개들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 그는 “묶어두지 않았으니 어디 도망가 살아남기만 바랐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5일 오전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최모 씨(73·여) 집 축사에는 태어난 지 두 달 남짓한 새끼 흑염소 두 마리가 미동도 않고 누워있었다. 살아남은 부모 염소는 죽은 새끼염소 곁을 맴돌았다. 사람이 죽은 새끼 곁에 다가가자 부모 염소는 구슬피 울었다. 최 씨는 대피할 때 축사 문이라도 열어두지 못한 일이 큰 후회로 남았다. 그는 “마당으로 불꽃이 떨어지는 모습에 휴대전화와 틀니도 못 챙기고 아들 차를 타고 허겁지겁 빠져나왔다”며 “내만 살라 한 게 미안하다(나만 살려고 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용촌리의 한 양계장은 불에 타 지붕은 온데간데없고 철골조만 남았다. 660㎡가량 되는 양계장 바닥에는 닭 약 1만 마리 사체가 숯덩이가 된 채 널브러져 있었다. 나머지 양계장 세 곳도 상황은 같았다. 양계장 운영자 주모 씨(33)는 모두 4만 마리를 잃었는데 대부분 부화한 지 22일 된 어린 닭들이다. 주 씨는 “양계장에 있다가 불이 났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밖으로 나와 보니 ‘이러다 죽겠다’ 싶었다”며 “허둥지둥 대피하느라 못 챙긴 닭들에 너무 미안하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고성=김소영기자 ksy@donga.com
강릉=남건우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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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