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효성어묵
5일 부산 효성어묵의 공장 직원들이 냉각기를 통과한 어묵들을 포장하고 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5일 부산 사하구 수산물가공특화사업지 내 ㈜효성어묵. 위생복을 입고 살균실에서 몸을 씻어낸 뒤에야 공장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반죽을 마친 생선살이 다양한 기계틀을 통과하자 낯익은 어묵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유탕기를 거친 어묵들이 고소한 냄새를 풍겨 군침이 돌았다. 백상우 이사(42)는 “비용을 줄이려면 전기유탕기를 써야 하는데, 더 좋은 맛을 내기 위해 가스유탕기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설비하는 데 7억 원이나 들어 국내 식품 회사 전체에 두 대뿐이라는 최신 진공살균포장기계도 갖추고 있다.
1960년 ‘온천식품’으로 출발한 효성어묵은 59년간 맛과 품질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긴 역사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건 다른 업체처럼 어묵베이커리 시장에 본격 진출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품질 좋은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1997년 수제 어묵업계에선 처음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 입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2008년 미국 수출을 시작했고, 2009년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취득했다. 2010년부터 전국 KTX 역사와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납품 중이다. 75명의 직원들이 60여 종의 품목을 생산하고 있고 연간 매출액은 160억 원이다. 지난해 3월에는 업계 최초로 설계·제조·유통 등 생산 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스마트공장’을 구축했다.
포장된 어묵 제품은 자회사인 효성물류를 통해 배송한다. 일부 업체는 비용을 아끼려 외주 물류사를 통해 공동 배송을 하는데, 다양한 제품을 한꺼번에 옮기다 보니 온도 등의 이유로 가끔 문제가 발생한다. 김민정 대표(38·여)는 “식품은 소비자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문제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국내 200여 개 어묵 회사 중 생산·납품의 모든 자체설비를 갖춘 곳은 단 2% 정도”라고 말했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김 대표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갑자기 암에 걸렸다며 가업을 이어달라는 아버지의 간청을 거절하지 못해 2013년 입사했다. 2015년 대표이사를 물려받았고 이듬해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그는 “2대째 소중히 지켜 온 가업을 포기할 수 없었다. 또 회사를 위해 젊음을 바친 직원들을 위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효성어묵의 생산팀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2년으로 동종업계에서 가장 높은 편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먹는 걸 파는 사람은 정직해야 한다. 애써 알리려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음식을 만들면 반드시 사람들이 찾는다고 강조했던 아버지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