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 조기진화 뒤엔 ‘그들의 땀’
산림청 공중진화대원들이 4일 오후 강원 인제군 남면 야산에 난 불을 초기 진화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 소방차 닿지 않는 곳 먼저 돌진
공중진화대원은 강원 산불 진화의 ‘숨은 영웅’이다. 전국 12개 산림항공관리소에서 이날 강원 산불 현장으로 투입된 대원 66명은 소방차가 닿지 못하는 산속 깊은 곳에서 불갈퀴와 소형 펌프만 들고 불과 싸웠다. 산불 진압 전문가인 이들이 모세혈관처럼 산속 곳곳을 누비지 않았다면 하루 만에 큰 불길을 잡기는 불가능했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최 씨 등 대원 56명은 2개 조로 나눠 불을 잡으러 나섰다. 선봉대가 인근 냇가에서 펌프로 끌어온 물을 뿌리고 불갈퀴를 휘두르며 직진하면 후발대는 선봉대 양옆의 불길을 잡아줬다. 모두 한꺼번에 정상으로 돌진했다간 바람을 타고 번지는 불길에 고립될 수 있다. 6시간 사투 끝에 연기가 잦아들며 헬기가 불이 타오르는 지점에 정확히 살수할 수 있었다.
공중진화대원은 산림청 소속 6∼9급 공무원이지만 소방처럼 교대 근무할 인력은 없다. 강릉관리소를 제외한 10곳은 대원이 한 자릿수다. 2017년 6월 개소한 제주관리소에는 산불이 적게 난다는 이유로 대원이 없다. 특수수당도 월 4만 원이 전부여서 신입 대원 월급은 150만 원 남짓이다. 최 씨는 “가장 위험한 곳에 가장 먼저 진입하는 산불 전담 대원이란 사명감 하나로 일한다”고 말했다.
○ ‘일당 10만 원’ 특수진화대원도 맹활약
산림청 소속 계약직 대원인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의 활약도 빛났다. 관할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특수진화대원 331명은 매년 2∼11월 계약직으로 활동한다. 출동할 때마다 일당 10만 원을 받는다. 이번 산불에서는 대원 183명이 소방관, 공중진화대원과 최일선에서 싸웠다.
서울∼양양 고속도로도 이번 화재 진압에 큰 역할을 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2017년 6월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 전에는 수도권에서 고성이나 속초로 가려면 영동고속도로를 통해 강릉을 거쳐 국도로 돌아가야 했지만 이번엔 최단거리로 출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속초=한성희 chef@donga.com / 고성=김민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