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실크로드]1부 아세안의 금융 코리아 <4> 동남아 서민 돕는 K-금융
우리파이낸스미얀마 직원들이 양곤의 한 공업단지 봉제공장에서 근로자들에게 연대 신용보증 소액대출을 설명하고 있다(왼쪽사진). 농협파이낸스미얀마 차오탄 지점 직원들은 직접 마을을 방문해 가정집에서 대출 상담을 한다. 한국 금융사들은 일반 소액대출보다 낮은 금리의 상품을 판매해 지역에서 인기가 높다. 양공·차오탄=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밍글라바(안녕하세요).”
농협파이낸스미얀마 차오탄 지점 시투망 지점장과 직원들은 마을에서 가장 큰 집에 모여 있던 50명의 여성들과 인사를 나눈 뒤 곧장 대출 상환과 신규 대출 상담을 진행했다. 이 마을에서 45가구가 농협파이낸스를 통해 대출을 받고 있었다. 농협파이낸스의 대출 상품인 ‘애그리론’은 대출금리 연 24%의 6개월짜리 단기 대출로 이 지역의 다른 소액대출 업체들이 제시하는 이율(연 30% 안팎)보다 저렴해 인기가 높다.
한국 금융사들은 제도권 금융이 뿌리내리지 못한 아세안 지역 서민들에게 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금리가 기존 사금융보다 저렴한 데다 현지인들의 성향과 관심사를 고려한 상품이 많아 인기가 높은 편이다.
○ 현지 서민들에게 실질적 도움 주는 한국 금융사들
이렇게 금융시장 발전이 지체된 나라는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은행 영업점이 도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돼 있다 보니 생업에 쫓기는 서민들은 이를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힘들게 찾아간다 해도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 때문에 서민들이 급전 마련을 위해 신용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막혀 있기 일쑤다.
우리파이낸스미얀마는 소액대출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직원들이 공장 등을 직접 찾아가 대출을 해준다. 같은 날 찾은 양곤 서부 흘라잉타야 공업단지의 한 봉제공장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우리파이낸스의 대출을 신청하려는 근로자 약 80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5명이 짝을 지어 연대 신용보증을 해주는 금리 30%짜리 ‘그룹론’을 이용하기 위해 우리파이낸스 직원 주위로 모여들었다. 공장 작업반장 밀레와 씨(35·여)는 “사금융으로 대출을 받으면 금리가 보통 연 50%를 넘는다”며 “담보 없이 신용만으로도 대출이 되니 서민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 금융 사각지대 해소에 역할… 현지 정부도 인정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에서도 한국 금융사들은 서민 금융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캄보디아에서 WB파이낸스 및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를 통해 소액대출 사업을 벌이고 있다. NH농협금융그룹은 지난해 8월 캄보디아 소액대출 법인 사믹(SAMIC)을 인수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신한카드는 올해 1월 베트남의 소비자금융회사 PVFC 인수를 완료하고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금융 등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소액 금융 상품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양곤=이건혁 gun@donga.com / 프놈펜=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