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단골 힙합예능 변화 조짐
2월부터 방영 중인 Mnet ‘고등래퍼3’에서 멘토로 참여한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왼쪽)와 더 콰이엇이 참가자들에게 ‘인성힙합’을 강조하는 모습. 멘토들은 학부모가 보낸 가정통신문도 함께 읽어 본다. Mnet 제공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가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고교 2학년 윤현선 학생에게 말한다. 지난달 15일 Mnet 예능 ‘고등래퍼3’에서 무대가 만족스럽냐는 질문에 윤 군이 “여러분들이 다 보시지 않았냐”며 ‘스왜그(Swag·자기애와 과시로 대표되는 힙합 문화)’를 보였기 때문이다. 코드 쿤스트는 “겸손교육 시킬 예정입니다”라며 공연장 분위기를 진정시킨다.
욕설과 도발, 자기 과시 등 기존 힙합 문화에 대한 대중의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해서일까. 항상 ‘스왜그’만 가득할 줄 알았던 힙합 예능도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오히려 힙합 정신(?)과 멀어 보였던 인성, 겸손의 덕목이 강조될 정도다.
확실히 힙합 예능의 시초 격인 Mnet ‘쇼미더머니’ 시리즈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건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랩 가사에 욕설도, 그 흔한 디스전도 없다. 학생들은 정호승의 ‘고래를 위하여’, 김수영의 ‘눈’ 등 교과서에 수록된 시를 각자 해석해 근사한 랩을 만들어낸다. 멘토 기리보이가 선생님처럼 김수영의 ‘눈’을 낭송하고, 멘토 더 콰이엇은 시종일관 “인성힙합”을 강조한다.
과거 ‘고등래퍼’는 출연자의 학교폭력, 성매매 등 의혹으로 논란을 겪어 왔다. 이 때문에 제작진은 참가자 검증 심의위원회까지 만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떠도는 소문까지 검증했다. 방송에 출연할 학생 32명을 최종 선정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부모들과 통화도 거쳤다고.
급기야 ‘힙한’ 래퍼들이 ‘올드’한 노포(老鋪)까지 찾아 나섰다. 지난달 25일부터 방영된 Olive ‘노포래퍼’에서 행주, 매드클라운 등 래퍼들은 이용원, 생과자점을 방문해 장인들과 교감을 나눈다. 닳고 닳아 과도가 돼버린 식당 주인의 칼도 래퍼들에겐 ‘리스펙트’ 포인트. 지난달 25일 종영한 EBS ‘배워서 남줄랩 시즌2’도 학생들이 기성 세대의 강의를 듣고 느낀 점을 랩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담았다.
반면 기존 힙합 이미지를 답습한 예능은 외면받기 일쑤다. 경연을 통해 빌보드 차트에 진출할 래퍼를 가리는 MBC ‘킬빌’은 도끼, 양동근, 제시 등 인지도 높은 래퍼들을 기용했지만 경연 포맷의 진부함과 도발, 선정적 가사 등으로 1%대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어머니의 채무 논란을 해명하면서 “1000만 원은 한 달 밥값”이라고 해 논란이 된 래퍼 도끼는 여전히 무대에서 돈 자랑을 늘어놓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 힙합 예능의 신선함이 퇴색되고 승리-정준영 사태로 연예인의 인성이 문제가 되면서 힙합에 대한 대중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겸손, 소통 등 기존 힙합과 다른 가치를 내세운 예능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