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특가상품에 '환불불가'…숙박 취소시 예약금 전액 위약금으로 "다른나라서도 같은 조항 쓰는데 뭐가 문제냐" 주장 법원에 취소소송 제기…공정위, 檢고발하려다 일단 중지
#. ‘부킹닷컴’을 통해 필리핀 세부의 한 호텔을 예약한 B씨는 고지된 결제 금액과 실제 결제 금액이 다른 것을 발견했다. 실제 결제 금액이 5만원 가량 더 많았다. B씨는 예약을 취소하려 했지만 부킹닷컴은 ‘환불불가 상품’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해외호텔 예약사이트 아고다와 부킹닷컴의 이른바 ‘환불 불가 약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이들은 도리어 공정위 조치가 부당하다며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각각 싱가포르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어 국내 업체와는 달리 당국이 규제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8일 공정위와 업계 등에 따르면 부킹닷컴과 아고다는 각각 지난달 8일과 15일 법원에 공정위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과 집행정지신청을 동시에 제기했다.
공정위가 문제삼은 약관은 고객이 예약을 취소할 경우 원래 예정됐던 숙박일까지 남은 기간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예약금 전액을 위약금으로 물게 한 조항이다. 예약이 취소돼도 숙박 예정일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다면 재판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재판매가 된다면 사업자의 손해는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약금을 물게 하는 건 소비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조항으로 약관법 제8조에 따라 무효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들은 여전히 일부 특가상품에 대해 환불 불가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이들을 비롯해 인터파크와 하나투어,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호텔패스글로벌 등 7개 사업자의 약관을 조사해 시정하라고 요청했는데 이 중에서 해외 법인인 아고다와 부킹닷컴만 끝까지 불복하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고다와 부킹닷컴은 “다른나라 시장에서도 똑같은 조항을 쓰고 있으며 불공정하지 않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월11일 의결서를 작성해 이들에게 시정명령 조치를 통보했다. 이로부터 60일까지인 이행기간 만료가 코앞에 왔지만 이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검찰에 고발하려던 공정위 조치도 일단 중지됐다.
한편 지난달 29일 한국소비자원이 국제거래 소비자상담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품목이 확인된 2만2136건 중에서 ‘숙박(19.5%)’ 분야는 ‘의류 및 신발(24.8%)’, ‘항공권·항공서비스(19.6%)’에 이어 세 번째로 소비자 불만이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서도 전년 대비 증가율로 따지면 숙박이 70.5%로 가장 높았는데, 이는 글로벌 숙박·항공권 예약 대행 사이트 이용이 증가하면서 관련 상담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비자 불만 이유는 ‘취소·환급·교환 지연 및 거부’가 8961건(40.4%)으로 가장 많았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