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고진영(24·하이트진로)은 8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 직후 그린에서 진행된 중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어로 자신의 꿈과 아버지, 할아버지를 언급했다. 짧은 시간이었고, 아직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터라 그의 정확한 표현과 속내가 무엇인지 잘 전달되지 않았다. 이후 세리머니를 마치고 좀 더 편안한 상태에서 진행된 현장 인터뷰에서 고진영은 지난해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이제 메이저 챔피언인데 소감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오늘과 이번 주 모두 플레이를 잘 했다. 나도 어떻게 이번 우승을 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축하인사를 건네니까 ‘내가 우승했구나’ 하고 느끼고 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할아버지가 그립다. 할아버지가 많이 좋아하셨을 것 같다. 지난해 4월 10일에 돌아가셨는데 아직도 안 계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럼 이번 우승이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께 바치는 우승인가.
-언제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나?
“16번 홀에서 버디를 했을 때였다. 하지만 17,18번 홀이 안심할 수 없는 홀이어서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캐디가 18번 홀의 3번째 샷을 치고 나서 ‘두 타차 선두’라고 귀띔해서 그때 확실하게 우승할 수 있다고 느꼈다.”
“내게는 큰 영광이다. 캐디가 이번 대회에서 이미 2번이나 우승했고 박지은 선배, 로레나 오초아와 함께 연못에 뛰어든 것도 알고 있다. 그는 이 코스를 잘 알고 있었다.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 페어웨이에서, 퍼트를 할 때 등 모든 순간에 큰 도움이 됐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호주 대회 때 골프 코스에서 가장 행복한 골퍼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오늘 그 목표를 이뤘나?
“코스에서 최고로 행복한 골퍼가 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공이 오른쪽, 왼쪽으로 가면 행복하지 않다. 그래도 나는 행복해지려고 노력한다. 어떤 상황이건 앞날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떤 곳에서건 내 스윙과 퍼트만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이번 주에 우승한 이유다.”
-지난 시즌 원했던 LPGA 투어 신인왕도 됐고, 마침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큰 선수가 되기 위한 코스를 차츰 밟아가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자세로 투어 생활을 하려고 하는가?
“이제 데뷔한지 2년차다. 앞으로 몇 년을 할지 모른다. 겨우 2년이다. 언니들은 10년이 넘은 경우도 많다. 그 언니들을 따라가려면 너무나도 많은 연습을 하고, 보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니들이 발자취를 남겨 주신 만큼 그 발자취를 조금이라도 따라갔으면 좋겠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
“이번 주에 정말 캐디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나 스스로도 이번 대회가 메이저가 아니라 다른 대회와 똑같다고 스스로 세뇌를 시켰다. 긴장감이 높아지면 샷이 달라지기 때문에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멘탈 코치 선생님도 이런 부분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벌써 2승이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는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
“아직 대회가 많이 남았고, 하와이 대회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있어서 조금 더 마음의 안정을 취하고, 골프 열정을 끌어올린 다음에 하와이와 LA 대회를 치르면 좋을 것 같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