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부담에 자취 감출거라던 고가 아파트 거래 꾸준 “자산가들 보유세 영향 제한적…미래가치 선택”
서울 강남권의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News1
정부가 시세 12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대폭 올려 보유세 부담을 높였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자산가의 고가 아파트 구매는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정부가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안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달 15일부터 현재까지 약 3주간 서울 지역 아파트 중에서 계약을 체결해 신고가 이뤄진 것은 총 31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거래금액이 12억원을 넘는 고가 아파트 계약은 20건으로, 전체 계약의 6.4%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12억원 이상 15억원 미만이 11건, 15억원 이상 20억원 미만이 8건을 차지했고, 35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거래도 1건이 신고됐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은 주택 거래를 계약일 기준으로 분류해 공개하고 있다. 현재 주택 거래 신고는 계약 후 2개월 이내에 하게 돼 있다. 아직 신고하지 않은 건은 집계하지 않아 고가 아파트 거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2019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안’을 통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을 14.2% 올렸다. 상승률은 지난해(10.19%)보다 3.98%포인트(p) 늘었다. 정부는 특히 공시가격을 산정하면서 시세와 공시가격 격차가 큰 시세 12억원(공시가격 9억원 수준) 초과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집값이 급등한 고가 주택의 공시가를 높여 부자들에게 적정과세를 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공시가격은 올해 보유세, 건강보험료 등 세금 부과 기준으로 활용한다. 이로 인해 고가주택이 다수 포진한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가 올해 공시가격이 15.42% 오르고,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 17.98% 올랐다.
이를테면 서초구 반포자이(전용 132㎡·시세 29억4000만원)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16억원이었는데 올해 19억9200만원으로 24.5% 뛰었다. 이 아파트 소유자가 1주택자라고 가정할 때, 보유세는 지난해 659만원에서 올해 954만원으로 약 300만원이 늘어난다.
일각에서는 고가 주택의 거래가 당분간 자취를 감출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규제 여파로 서울 아파트 거래절벽이 장기화해 전반적인 거래량 자체가 많진 않지만, 그 가운데서도 고가 아파트의 거래가 꾸준한 점을 미뤄 볼 때 자산가들이 느낀 보유세 부담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수십억원짜리 아파트를 현금으로 사들이는 자산가에게 보유세 수백만원이 미치는 체감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자산가들은 향후 미래가치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세금에 구애받지 않고 통 큰 결정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