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도 부천의 한 모텔에서 30대 남성이 프로포폴 등 약물을 과량 투약받아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사건 당시 이 남성과 함께 있던 여자친구를 입건했다.
8일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11시 30분께 부천 한 모텔에서 A 씨(30)가 숨져 있는 것을 간호조무사인 여자친구 B 씨(31)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 씨의 오른쪽 팔에서는 두 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으며 모텔 내부에서는 빈 약물 병 여러 개가 발견됐다. 부검결과 A 씨에게 마취제인 프로포폴과 리도카인,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이 치사량 이상으로 투약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인은 디클로페낙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B 씨는 경찰에 “A 씨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휴대전화에도 이 같은 선택을 암시한 정황이 없었다.
경찰은 또 B 씨가 A 씨에게 치사량 이상의 약물을 투약한 반면, 자신에게는 치료농도 이하의 약물을 투약한 점을 들어 A 씨가 타살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정황상 B 씨가 A 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해당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A 씨의 유족 역시 이날 B 씨가 A 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이어 “남동생 친구들에 따르면 B 씨는 남동생과 크게 싸우며 다툼이 잦았으며 3년 된 동거남이 있고 결혼까지 생각했다. B 씨는 평소 피로 해소에 좋다며 약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투약하고 남동생의 친구들에게도 권했다”고 주장하면서 “남동생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철저하게 수사해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