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경협 문제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것” “김정은, 4·11 한미정상회담에 큰 기대 하지 않아”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 News1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대사관 공사는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속도조절을 지시한 것은 제재 장기화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내다봤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 한 주 북한 언론동향을 분석하는 글을 올려 “김 위원장이 올해 상반기 미북, 남북 사이의 현 교착상태를 유지하며 북한의 ‘단계적 합의, 단계적 이행 방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삼지연 건설을 내년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내년 태양절(4월15일)로 6개월 늦추도록 ‘속도조절’을 지시한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미국, 한국에도 제재 장기화에 시간적으로 쫒기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은 미북, 남북협상에서 제재해제 문제에서 촉박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자세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남북경협 문제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은) 올해 1월 중국으로부터 올해 분 무상경제 지원은 다 받아냈으니 올해 하반기까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타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점은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서 비핵화 협상 탈퇴 같은 폭탄선언을 하는 것”이라며 “미국이나 한국보다도 중국 시진핑과의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이 커 그런 용단은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협상의 불씨를 살리는 유일한 방도가 김 위원장의 ‘단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을 받아들이는 길밖에 없다”며 “미국은 단계적이라는 표현 자체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출발전까지 남북 특사 방문 같은 접촉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북한이 우리 정부의 ‘굿 이너프 딜’ 제안에 아무런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한미정상회담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 지금까지의 ‘선 남북대화 후 한미대화 구도’를 유지해 북한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남북대화를 선행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선 한미 후 남북’ 구도가 펼쳐진다면 북한으로서도 김 위원장이 미국의 압력을 한국을 통해 받는 구도로 보일 수 있으므로 남북대화에 더욱 흥미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